[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올해 산유국들의 달러 페그제 포기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남수단 등이 올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한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잇달아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수 있다고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켓워치는 홍콩도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산유국들은 정부 재정 악화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유가가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국가들은 민간 부분 확대와 비(非)석유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에 수출 경쟁력 등을 위해서는 달러 페그제를 포기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미 지난 8월 일부 헤지펀드들이 사우디가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것으로 보고 사우디 리얄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우디는 달러당 3.75리얄에 통화를 고정하고 있다. 사우디는 정부 재정의 80%가 석유 수출에서 나올 정도로 석유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세계 7위 원유 수출국인 쿠웨이트는 거의 전적으로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페그제 포기 가능성이 특히 크다.
다른 아랍 국가들과 달리 카타르는 건설·제조업·금융서비스 등 비석유 부문 산업 비중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유가 하락에 취약하긴 마찬가지지만 다른 중동 국가들보다는 사정이 나은 셈이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석유 수출국으로서 OPEC 회원국인 앙골라와 알제리는 이미 올해 몇 차례 자국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했다.
마찬가지로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정치적 혼란도 가중되면서 페그제 포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달러당 6.4볼리바르에 고정한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정부 외환보유고는 계속 줄고 인플레로 인한 생필품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참패하면서 정부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현재 자국 환율을 달러당 7.75홍콩달러 수준에서 고정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은 에너지 수입국이라는 측면에서 페그제를 포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달러에 연동된 홍콩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자재 수입 비용 부담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달러가 과도하게 고평가될 경우 핫머니가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수출과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페그제를 포기하는 국가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달 들어서만 아제르바이잔과 남수단이 페그제를 포기했다. 지난 8월에는 카자흐스탄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도 유가 하락에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루블화와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 경쟁력마저 떨어지자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페그제를 포기했다. 카자흐스탄 텡게화는 페그제 폐기 이후 80% 이상 평가절하됐다. 아제르바이잔 마나트화 가치도 페그제가 폐기됐던 지난 21일 50% 이상 급락했다. 남수단도 지난 달러당 2.96파운드로 고정했던 달러페그제를 포기했다. 이날 남수단 파운드는 80% 이상 급락해 달러당 18.5파운드에 거래됐다.
마켓워치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점도 달러 페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 신흥국들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유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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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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