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엇갈린 대응] 美따라 올리는 산유국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이 9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중동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 도미노가 이어졌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동에서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4개국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쿠웨이트는 2007년 달러 페그제를 포기했으나 통화바스켓에 달러화 비중이 가장 크다.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도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가세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정부 수입의 90%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과 원유 거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원유 교역량 변동성을 줄이고 정부 재정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를 달러에 연동하는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들 달러 페그제 운용 국가들은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뒤쫓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원유 수입 규모가 줄고 있고 페그제를 고수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의 원유 수출경쟁력은 둔화된다는 점이 중동 국가들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자체가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통상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낳고 이는 달러로 결제되는 국제 원유 수요 둔화로 이어져 유가 하락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OPEC 역외 산유국인 멕시코도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상향 조정했다. 칠레 역시 3.25%에서 3.5%로 인상했다. 멕시코도 수출의 80% 이상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만큼 달러에 대한 외환 변동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아시아에서도 홍콩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홍콩 역시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