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 디즈니랜드로 여행을 떠나려던 영국 무슬림 가족이 미국 정부 직원들에 의해 입국이 거부돼 양국간 외교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무슬림 가족 11명이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디즈니랜드로 가기 위해 캘리포니아행 비행기를 타려다 미국 국토안보부 직원들에게 탑승을 거부당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모하마드 타리크 마흐무드는 자녀와 조카 등 아이 9명과 자신의 형과 함께 비행기를 타려다 거부당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입국거부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들은 뚜렷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 않았다"면서도 "테러의 영향으로, 모든 무슬림들이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 개월간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할 날만 고대했던 아이들이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이 가족은 비행기 티켓 값으로 9000파운드(약 1571만원)를 썼으나 돌려받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의 조처가 최근 점증하는 테러 위협으로 인한 것이라지만, 영국에서는 '오버액션'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입국 거부 이유에 대한 뚜렷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가족은 디즈니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미리 온라인으로 여행 허가까지 받아 둔 상태였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MP)인 스텔라 크리시가 이 문제를 국회에서 이슈화하면서 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크리시 의원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편지를 써 이 사실을 알리고, 향후 영국 내 무슬림들이 미국을 여행할 때 유사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캐머런 총리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약속했다.
가디언지는 최근 파리 테러와 미국 샌버너디노 총기 난사 테러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 반이슬람 정서가 거세진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예비 대선후보가 무슬림 입국 전면금지를 주장한 것도 미국 내 반이슬람 분위기를 강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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