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공공기관 공인인증서를 불법으로 유출해 폐기물업체가 무단으로 사용하도록 한 공무원 364명이 적발됐다. 정부는 이 가운데 36명과 관련업체 30곳을 업무상 배임 등으로 수사의뢰하고, 나머지 328명은 징계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2012년 이후 3년 6개월 간 9만7000여곳의 공공 공사현장에서 공공기관 공인인증서가 불법 유출돼 담당 공무원 등이 예산집행시 폐기물 물량·성상 등을 확인하지 않고, 폐기물업체가 임의로 작성해 예산을 부정 지급받은 사례 등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추진단은 한국환경공단의 폐기물처리 종합정보시스템(올바로시스템) 등을 통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건설폐기물 처리예산 집행실태를 점검해왔다. 공공건설폐기물 처리예산은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384개 기관에서 1조7037억원이 집행됐다.
추진단은 비위의 구조적 성격과 재정누수의 심각성을 고려해 행자부, 국토부, 국방부, 교육부, 해수부, 산업부,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60개 기관의 사업현장 192곳을 선정해 지난 9월부터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실시한 모든 현장에서 기관명의 공인인증서가 불법 유출돼 폐기물업체가 불법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폐기물처리 확인 업무를 방치한 혐의 등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등 364명을 적발했다.
이들 중 공인인증서 불법유출 뿐 아니라 폐기물량 확인 등 기본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업체요구만으로 설계변경과 예산증액을 해주는 등 공공예산의 부당지출 혐의가 있는 담당 공무원 등 36명과 폐기물 처리비용 허위청구 등 혐의가 있는 폐기물업체 25곳, 감리업체 5곳 등 30곳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나머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등 328명에 대해서는 소속부처와 기관에 통보해 사안의 경중을 조사하도록 한 뒤 징계 등 조치를 취하도록 할 예정이다.
A구청 공무원은 폐기물처리용역 공사감독을 수행하면서 폐기물업체가 배출인계서 작성 등의 업무를 대신 해주겠다고 하자, 구청 명의의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이메일로 송부했다. B공사는 사회기반시설 공사와 관련해 폐기물 배출자의 확인 업무를 감리업체에 위임하고, 감리업체는 폐기물업체에 배출물량 등의 시스템 입력 등을 수행하도록 요구했다.
C공사 직원 등 6명은 D지구 주겅환경개선사업과 관련해 건설폐재류 물량이 아닌 매립비율은 설계변경 사항이 아닌데도 그 비율을 2%에서 10.5%로 임의 변경해 9억원의 재정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F시 폐기물업체는 동일차량이 하루 동안 강릉·정선 지역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총 36회 운행한 것으로 올바로시스템에 입력했으며, 정산시에는 위조된 허위 인계서를 근거로 처리비용을 지급받았다.
추진단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현장 9만7563곳에 대해서는 부처별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관련 비리를 발본색원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공공 폐기물 처리 관련 비리를 근본적 차원에서 예방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담당공무원 실명제, 폐기물 처리정보 임의조작 차단, 허위·미등록 운행 자동적출 시스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오균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불법 유출된 공인인증서를 전부 폐기하고 재발급 절차를 밟도록 조치했다"면서 "향후 유사사례 재발시에는 형법, 전자서명법 등에 따라 수사의뢰 등 엄정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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