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타이거 우즈(미국)는 1번 골프공만 쓴다.
소속사 나이키골프에서 아예 1번이 찍힌 공만 공급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에는 아예 'TIGER'라고 인쇄된 공까지 등장했다. 아마추어골퍼 역시 1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에서 숫자 1은 사실 '로망'이다. 가장 먼저 공을 치는 아너(honor)를 비롯해 '1퍼팅', 단 한 차례의 샷으로 홀인시키는 홀인원(hole in one) 등이 모두 1에서 출발한다.
골프공은 같은 브랜드와 모델일 경우 보통 한 더즌을 1~4번으로 구성한다. 주로 4명이 동반 플레이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서로의 공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타이틀리스트는 예전에 이 번호마저 겹치는 경우에 대비해 5~8번을 새긴 하이넘버 모델을 출시한 적이 있다. 월드스타들은 물론 계약사에 0이나 9, 11 등 아주 특별한 숫자를 주문하기도 한다.
3번이 무난한 반면 2, 4번은 기피하는 숫자다. 3번은 18홀 코스 가운데 가장 많은 10개의 파4홀에서 버디를 하고 싶다는 뜻이다. 양용은(43)은 2009년 8월 PG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격침시킬 때 사용했던 3번에 유독 애착을 갖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33회 졸업, 프로테스트를 세번 만에 통과했다는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홍란(29)은 공에 빨간색 점 3개를 찍는다.
2번은 2위와 2퍼트 등을 연상시키고, 4번은 죽을 '사(死)' 자와 발음이 같다는 점에서 반갑지 않다. 4번째 티오프, 다시 말해 말구는 전 홀에서 가장 스코어가 나쁜 순서다. 아마추어골퍼라면 돈을 가장 많이 잃었다는 이야기다. 올 시즌 '일본의 상금왕'에 등극한 김경태(29ㆍ신한금융그룹)는 특히 1~3번만 3개씩 골프백에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옛날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오히려 4번을 고집했다는 게 아이러니다.
아마추어골퍼들의 숫자 징크스는 공이 전부가 아니다. 전화번호나 자동차 번호를 1872로 맞추는 '고수'들이 즐비하다. "18홀에 72타를 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함축시켰다. 라커번호에도 민감하다. 곧바로 스코어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프론트에서 70번대를 받으면 곧바로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떠올리지만 100번대를 넘으면 출발부터 기분이 꿀꿀한 이유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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