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기탁 사회복지재단 설립 뒤늦게 알려져
일제 때 독립자금 댄 선대 DNA 물려받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구한말 경남 진주의 만석꾼이었던 허준은 토지 800마지기(약 16만평)를 굶고 있는 소작농들에게 나눠줬다. 독립운동의 돈줄이었던 백산상회에도 돈을 댔다. 그의 아들 고(故) 허만정은 일제시대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지원했다. 1925년에는 논 3만3000평, 밭 470평과 대지를 팔아 진주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지금의 진주여고)를 세웠다. 허씨 일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의 자손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허만정의 손자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최근 주식과 현금을 기탁해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사회복지법인 '동행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을 설립하고 서울시의 인가를 받은 지는 한 달이 넘었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은 최근이다. 재단이나 회사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GS 주식 5만5000주(27억여원)을 기탁하며 주식 변동으로 공시 대상에 오르면서다. '좋은 일은 남 모르게 해야한다'며 본인 스스로 시끌벅적하게 알리길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시된 27억여원의 주식 외에 현금 3억원을 추가 출연했다. 형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과 동생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도 각각 15억원, 10억원을 보탰다.
허 회장은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과 나눔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2006년 GS칼텍스 재단을 설립하고 1100억원을 들여 여수에 문화공연시설 '예울마루'를 세웠다. 그는 GS칼텍스 회장직에 이어 재단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 1월부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8대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역임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이번 재단 설립은 이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동행복지재단은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의 자립의지를 키우고 자활을 돕는다. 노인ㆍ장애인ㆍ아동복지시설을 개보수하고 시장장애인의 점자도서 지원, 장애인 1인 최대 100만원 검사ㆍ치료비를 지원한다. 다문화가족과 저소득 아동의 문화활동도 돕는다. 재계 관계자는 "허씨 일가는 과거부터 부를 쌓아놓기 보단 아낌없이 베풀어 세간의 존경을 받아온 집안"이라며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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