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그린타운의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 복귀를 앞둔 홍명보(46)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그동안 모든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많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17일 항저우 구단과 감독직 계약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뒤 "많은 분이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동안 명예를 위해 축구를 하지 않았다. 이번 일도 잘하고 좋아하는 축구를 위해 선택한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여 년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며 "잘할 때도 있었고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대에 부응하는 것보다 내 자신이나 가족을 좀 더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도 예전 같으면 쉽게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좀 더 자유로운 입장에서 했다. 많은 분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이날 항저우와 감독 계약을 매듭지었다. 계약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2년이다. 그가 감독으로 복귀하기는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지난해 7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항저우가 홍 감독을 선택한 배경은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구단의 미래를 그릴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끌고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성과를 인정했다. 감독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홍 감독은 "항저우 구단이 내게 애정을 보였고, 일하는 데 불편한 조항은 다 양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저우는 미래가 밝은 팀이다. 좋은 선수, 사람을 키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보좌할 코치진 구성에 대해서는 "오늘 계약한 만큼 코치진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면서도 "새롭게 도전하는데 과거를 가지고 갈 생각은 없다. 지금 있는 중국인 코치, 팀을 잘 아는 코치진과 시작하겠다"고 했다. 축구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코치들과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선을 그은 것이다.
홍 감독은 중국리그에 대해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좋은 선수와 감독들이 경쟁하면서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지금 중국 리그는 과도기이며 차츰 그들이 지향해 나갈 방향이 나타날 것이다. 몇 년 후면 중국 리그에도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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