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사실로 밝혀지고 있어"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인턴취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불법채용이 이뤄진 2013년 중진공 채용 실무를 담당했던 권모씨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권씨는 17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지난 11월 17일부터 총 6회의 검찰조사 및 대질신문을 받으며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면서 이런 뜻을 전하고 "의혹의 일부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검찰이) 불공정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보고서에 근거해 기관장과 함께 저를 사건의 피의자이자 '정점'으로 보고 조사를 계속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또 "휴대폰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각종 자료에 청탁한 권력자 및 기관장의 부당한 권한 행사와 압박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오히려 많은 시간을 저의 혐의만을 몰아세우고 입증하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아울러 "(검찰) 조사기간 내내 거듭 청탁자 및 인사권자에 대한 성역 없고 엄정한 수사를 강하게 요청 드렸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도 검찰은 수사초기 미리 설정한 피의자로 한정하여 중진공의 내부비리로만 조사를 진행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그러면서 "'그런 일이 어디 그 회사에만 있겠어? 그 사람만 그랬겠어? (청탁자의) 자기 자식의 취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도 아닌데' 하면서 흐지부지 끝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권씨는 이어 "명백한 증거와 증언들로, 부당청탁 의혹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음에도 그 진실을 끝까지 모른 척 덮고자 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눈감지 말아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권씨는 자신이 실무를 담당한 시점에 불법 채용이 이뤄진 사실에 대해선 "저 역시 취업을 앞둔 두 자녀의 부모로서 많은 취업준비생들과 국민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뜻을 밝혔다.
권씨는 아울러 "중진공과 같은 정부산하기관에 사업, 예산, 기관평가, 국정감사 등의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 정부 고위관료들의 청탁을 그 어떤 기관이 쉽게 거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청탁을 금지하고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인사담당 실무자들이 인사권자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거나 그 부당함을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부총리의 옛 의원실 인턴직원 황모씨는 2013년 8월 중진공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황씨는 4500여명이 지원(경쟁률 125대1)한 전형에서 서류점수가 2299등이었다. 중진공은 황씨를 채용하기 위해 그의 점수를 조작해 등수를 끌어올리고, 그래도 안되자 서류전형 합격 정원을 바꾸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 최 부총리 측이 직간접적으로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사안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채용 당시 이사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최 부총리의 주장과 달리 '황씨 문제와 관련해 최 부총리를 수차례 직접 접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전 이사장은 특히 "2013년 8월 황씨가 채용에서 탈락한 사실을 당시 부이사장을 통해 최 부총리 측에 알렸는데 최 부총리의 국회 보좌진으로부터 '기관장이 직접 와서 보고하라'는 말을 듣고 최 부총리를 직접 만났다"면서 "'기관장이 직접 와서 보고하라'는 요구 자체가 압박으로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황씨가 채용된 건 이 만남 직후다.
박 전 이사장은 또한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최 부총리 측 국회 보좌진과 중진공 이사장 측 직원들의 주선으로 최 부총리를 만났다"면서 "최 부총리가 황씨의 안부를 물었다"고 말했다.
당시 감사가 진행중이었는데 최 부총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불러 황씨의 안부를 물었겠느냐는 게 박 전 이사장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공 측 일부 인사들은 당시의 만남을 일종의 '대책회의' 성격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임채운 현 중진공 이사장이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권씨에게 '최경환 부총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식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자신이 최 부총리의 메시지를 대신 전하는 것이란 취지로 말한 사실 등이 관련 녹취자료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이 감사 단계에서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고, 중진공 감사가 감사원 고위 인사를 노래방에서 접촉해 '봐주기 감사'를 약속한 정황 등 또다른 각종 의혹 역시 이미 수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한편 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은 지난 10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황씨 채용 직전 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이) 최 부총리가, '내가 결혼까지 시킨 아이니까 그냥 (취직) 시켜줘라' 라고 했다고 전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부이사장은 또 "그래서 박(철규) 이사장이 지원실장에게 뽑아주라고 지시 내렸다고 하더라"라고 주장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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