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연말이 되면 한해를 정리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올해의 사건사고’, ‘올해의 키워드’, ‘올해의 스타’ 등이 그것인데요. 이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정치권 막말’ 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시원한 ‘사이다’ 같은 일갈이겠지만, 다른 이들에겐 씻기 힘든 상처가 되고 울화통을 터지게 만드는 막말. 한해동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던 주요 막말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막말 [망말]
[명사]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느냐”
(박근혜 대통령, 11월24일 국무회의, 11·14 광화문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들이 복면을 쓰고 폭력을 행사한 것을 IS(이슬람국가)에 빗대 지적하며)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을 보면서 과연 정상적 판단력을 가진 분들인가 의문이다. 그냥 친박이 아니라 친박실성파라고 부르고 싶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국정화 주장을 하는데 전 두뇌의 정상화가 정말 시급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10월29일 당 정책조정회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황희 정승이 간통도 하고 부정청탁과 뇌물(수수) 같은 일이 많았지만 세종대왕이 다 감싸서 명재상을 만들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4월22일 CBS라디오 인터뷰,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에 관해 언급하며)
"여야의 정권이 어떻게 가든 간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지 않나. 이것을 부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지난 폭동에 가담한 사람들이다. 그 주동자는 우리 국가 체제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사람이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11월19일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11·14 광화문 시위를 비판하며)
“지금은 새정치연합이 종북몰이 운운하며 역색깔론을 펼칠 때가 아니라 종북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3월9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 마크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여당이 야당에 책임을 씌우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반박하며)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엄청난 혼란을 줬다. 폐지됐다면 지금은 김기종 같은 극단적 종북주의자의 세상이 됐을 수 있다"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 3월11일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 씨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할 것처럼 해놓고 공갈치는 게 더 문제"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5월8일 당 최고위원회의,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을 향해 비판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똥볼을 세게 차서 경각심이 일깨워진 거지 박 시장이 찬 볼이 정확하게 골대로 들어간 게 하나도 없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6월16일 CBS라디오 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하며)
"제 질의시간을 다 잡아먹으려고 하느냐, 얼굴은 빨개지셔 가지고…"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 9월1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행정자치부 국정감사,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답변을 독촉하며)
"강성 기득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었을 것"
"CNN에 연일 매시간 쇠파이프로 경찰을 두드려 패는 장면이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투자하겠는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9월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것이 아니고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하고 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10월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게도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사실이 있죠?"라는 물음에 대답하며)
"결혼 안해보고, 출산 안해보고, 애 안키워보고, 이력서 한 번 안써보고, 자기가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가정을 한 번 꾸려보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교육받고 양육되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일반 청년들이 돈을 벌어 결혼하고 출산하는 인간사회의 성장과정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이용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12월11일 당 최고위원회의,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이란이 자랑하는 시인 사아디는 “말이 많기 때문에 사람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른 말을 하지 않으면 짐승이 사람보다 낫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실현되기 힘든 바람인줄은 알지만 내년에는 부디 막말 없는 정치를 기대해 봅니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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