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중국발 환율전쟁을 치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은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기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쪽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이 동참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6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중국은 최근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려는 분위기다.
서방 언론들도 중국발 환율전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위안화 가치가 4년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진데다 추가 하락이 예고돼 있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환율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도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아시아 주변국들의 통화가치도 덩달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환율을 달러당 6.449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것은 201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위안화 가치는 연일 '4년여만에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6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낮춰 기준환율을 고시하고 있으며 절하폭은 1%에 달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지난 주말 환율을 관리하는 방식을 기존의 '달러 연동' 대신에 '통화바스켓 연동'으로 바꾸겠다고 시사하면서 추가 위안화 약세 불씨도 당긴 상황이다.
중국이 기존 처럼 달러 연동 환율 관리방식을 유지할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장이 펼쳐지면 위안화 가치도 주변국 통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수 밖에 없다. 즉 중국이 환율 관리 방식 전환을 예고한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위안화 강세 현상을 막으려는 예비조처 성격이 짙다.
중국이 달러에 연동되는 환율 관리 방식을 완전히 전환할 경우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해 환율이 달러당 7.00위안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중국발 환율전쟁의 후폭풍이다. 위안화의 추가 하락은 다른 아시아 통화에도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미 세계 금융시장은 중국발 환율전쟁 위협이 어떠한 후폭풍을 이끄는지 경험했다. 지난 8월11일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1.9% 기습 평가절하하고 12일 추가로 1.6% 또 내리자 세계 금융시장은 중국발 환율전쟁이 시작됐다는 우려에 심하게 요동쳤다.
한국 원화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가 줄줄이 경쟁적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른 자금유출도 뒤따랐다. 급기야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중국은 환율전쟁에 반대하며 위안화가 계속해서 절하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하며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에 나서기도 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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