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20달러대까지 하락 전망
오일머니 회수로 블랙스완 가시화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초(超)저유가가 글로벌 경제의 '블랙스완'으로 급부상했다. 최근 배럴당 3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50달러대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깨지고 오히려 20달러대로 더 떨어져 초저유가가 고착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있고 중동과 아세안 등 산유국들이 포함된 지역에 대한 수출도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도 블랙스완의 날개 밑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각별한 모니터링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오일머니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중동 등 산유국들은 그동안 투자했던 해외 주식·채권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재정이 어려워지니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투자가 힘들어지고 복지혜택축소로 국민실질소득도 내려간다. 자원수출 신흥국들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산유국들의 자금회수는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3개월간 모두 3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1조4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던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사우디가 보유한 상장주식 규모는 지난해 말 16조600억원에서 올 10월 12조5200억원으로 22.1%나 급감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보유주식 규모도 8조34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6.9% 줄었다.
채권시장에서는 말레이시아가 10월에만 1940억원을 순매도해 올 들어 총 3조2980억원을 내다 팔았다. 주요 투자국 중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향후 자본유출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는 산유국들 국부펀드의 막대한 규모 때문이다. 2013년 기준 국부펀드 총투자가치는 약 5조3000억달러다. 이 가운데 3조2000억달러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두바이, 노르웨이 등 석유수출국 펀드에 속한다.
이들이 주식과 채권시장 등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하면 달러화 가치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고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자본유출→금융위기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
중동을 포함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중남미 등 산유국들에 대한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7.7%의 성장세를 보였던 대(對)중동 수출은 올 들어 11월까지 전년 대비 12.1%나 감소했다. 아세안과 중남미도 각각 10.9%, 12.4% 하락했다. 이들 3개 지역은 국내 수출의 26%가량을 차지하는 작지 않은 시장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충분한 대처능력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다. 우리나라 11월 말 외환보유액은 3684억6000만달러(한화 약 433조1600억원)로 세계 7위다. 그러나 10월 말(3696억달러)보다 11억4000만달러 줄어든 규모이고 최근 매월 증감을 반복하는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3분기 말 우리나라 단기외채도 전 분기 대비 56억달러 줄었다고 하지만 1196억달러(약 140조원)에 달한다.
반면 10월 말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장주식과 채권은 543조7000억원에 달한다. 자본유출 가능성에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 중국 외환보유고는 10월에만 872억2300만달러가 줄어 데이터 집계 이후 세 번째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3년간 단기자본의 급격한 유입에 따른 대외 리스크를 대비해 견제장치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반대방향인 자본유출 측면에서 새로운 위험이 대두됨에 따라 기존 견제장치를 완화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금융기관 외환유동성 관련 규제가 엄격한 측면이 있는데, 이 부분을 좀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블랙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일컫는다.
세종=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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