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들의 시름이 깊어 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유가 급락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산유국들은 올해 모두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우디 정부가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105.6달러가 돼야 하는데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37.16달러에 불과하다.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재정수지 균형 유가도 각각 107달러, 72.6달러에 이른다.
IMF는 이미 지난 10월 말 보고서를 통해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이 경제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IMF는 사우디 정부 지출을 뒷받침해주는 금융자산이 5년내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중 바레인과 오만도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5년내 자산이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 수출 비중이 높은 캐나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8일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로즈 총재는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0.5%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 중에서 유일하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지 않은 국가다. 금융위기를 견뎌냈던 캐나다가 유가 급락에 벌벌 떨고 있는 셈이다.
남미의 자원 부국들에 대한 경고음도 잇따르고 있다. 무디스는 10일 "내년에도 브라질의 경제나 재정이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Baa3인 브라질의 신용등급에 대한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Baa3는 무디스가 부여하는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다. 무디스가 브라질을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 등급 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중동 국가들은 당장의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이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중동 국부펀드들은 지난 3분기에만 최소 190억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중동 국부펀드의 거래 내역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회수금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 1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에만 국부펀드인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의 투자금 약 700억달러를 회수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인베스코, 월가 대형 은행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JP모건 체이스, 뉴욕 멜론은행, 골드만삭스 등의 자산운용 사업부에서 중동 국부펀드 투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국부펀드들이 블랙록에서 지난 2~3분기에 회수한 투자금만 310억달러라고 모건스탠리는 추산했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유동성 위축위험에 직면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오일머니 회수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의미이다. 국제유가 급락이 세계 경제를 또 다른 '퍼펙트 스톰'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확산되는 이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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