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7년만에 유가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정치·경제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7일(이하 현지시간) 복지와 보조금으로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은 사회적 불안정이 두드러지진 않겠지만, 저유가가 지속되어 사우디아라비아이 재정 악화가 지속되면 복지나 에너지 보조금, 교육 관련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억눌려왔던 소수 시아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하니 사브라 유라시아그룹 중동·북아프리카 팀장은 "사회적 측면에서 사우디가 부국이라는 생각은 틀렸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불만을 느끼는 가난한 국민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께 고정환율제(페그제)가 폐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유수출에 국가 재정을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석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감산 혹은 페그제 폐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감산 합의가 무산되면서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0년간 자국 통화인 리얄화를 달러당 3.75리얄로 고정하는 환율제도를 고수해 왔다.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페그제 폐지는 '블랙스완(Black Swan)'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블랙스완이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커다란 파급효과를 주는 사건을 이르는 경제용어다.
지난 4일 OPEC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2009년 2월 이후 약 7년만의 최저치다. 앞으로 이같은 기조는 지속돼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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