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 매립 위치만 바꿔도 소음 줄어…대형 건설사 앞다퉈 도입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사는 K씨는 이른새벽 출근 준비를 할 때면 욕실에서 최대한 조용히 씻고 살금살금 준비하느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수도꼭지 물 트는 소리부터 변기 물 내리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들려 아침잠을 설친다는 아랫집의 항의를 받은 후로는 샤워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K씨는 "내집에서 물 쓰는 기본적인 일상 생활조차 제약을 받는다는 생각에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층간소음의 대표적인 주범은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다. 특히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유난히 크게 들려 이웃끼리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처럼 화장실 소음이 크게 들리는 이유는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윗집 화장실 배관을 아랫집 천장에 설치하는 '층하(層下) 배관 시스템' 구조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배관이 콘크리트 구조체에 매립되는 방식이어서 누수가 발생하거나 보수가 필요할 때에는 아랫집에도 피해를 준다.
중소기업 A사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상(層上) 벽면배관공법'을 개발, 건설사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공법은 아파트 위·아래층 사이의 콘크리트 바닥을 기준으로 아래층으로 구멍을 뚫거나 배관을 매립하지 않는다. 화장실 벽면에 선반을 만들어 그 속에 오·배수관을 노출해 시공하는 공법이어서 층간소음을 없앨 수 있고 배관의 점검이나 유지보수도 손쉽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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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최근 신축 건축물이나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이 공법을 적용한 화장실을 시공하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공동으로 짓는 서울 강동구의 대규모 아파트 신축 현장에도 이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A사 대표는 "정부가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바닥 두께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있지만 화장실 시공공법은 50년이 넘었는데도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층상 벽면배관공법을 적용하면 화장실 층간소음을 완전히 해결하고 배관 점검 및 유지보수까지도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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