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달러화 강세와 함께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 실패 등으로 국제유가 하락 속도가 다시 빨라지면서 산유국들의 경제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신흥국발 변동성'이 국제경제의 한 뇌관이자 한국경제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어제(7일) 개표결과가 발표된 베네수엘라의 총선에서 16년 만에 다수당이 바뀐 것은 신흥국 경제불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부정부패 등의 요인도 있었지만 불안한 경제상황이 선거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 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원자재의 가격 하락이 직격탄이 됐다. 무엇보다 유가급락의 여파가 크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0달러였던 유가는 1년6개월 새 30달러대로 추락했다.
지금의 저유가 사태는 신흥국들의 위기를 넘어 세계경제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과거와 다르다. 예전의 저유가는 세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원유수입국 입장에선 생산비절감과 실질소득 증대로 이어졌지만 지금의 경기침체 속 저유가는 호재보다는 악재가 되고 있다.
우리 경제에도 득실의 양면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핵심 수출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가격이 크게 떨어져 이들 품목의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34%, 21% 감소했다. 산유국의 소비여력 위축으로 자동차, 가전제품의 수출도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난해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저유가 탓이 크다.
금융시장에도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들이 세계 자산운용시장에서 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사우디 등 외국인들이 지난 한 달여간 팔아치운 금액이 3조원에 육박한다.
'신흥국발 리스크'가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유가의 경우 향후 전망도 엇갈리고 있지만 더욱 큰 문제는 유가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 차례 OPEC 회의는 오히려 유가 급락을 촉발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 우려가 얼마나 현실화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변수들이 글로벌 경제를 흔들면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신흥국발 변동성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긴요하다. 우리 경제에 대한 위협요인을 긴밀히 살피되 한편으로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측면도 찾아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