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 전당대회' 거부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안철수입니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표께서는 제가 제안한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거부하셨습니다. 전당대회는 오히려 분열과 대결의 장이 될 거라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긋지긋한 대결 상황을 끝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건 문 대표 책임 하에 끌고 가겠다는 각오도 밝히셨습니다.
말씀대로 지긋지긋한 상황을 이제 끝내야 합니다.
그런데 문 대표께 묻습니다. 그 각오와 결기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께 재신임을 묻겠다는 선택은 왜 하지 못하십니까?
제가 석 달 전에 본질적인 당 혁신안을 제기했을 때보다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폭주와 이에 반감을 가지는 국민들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입니다. 정부여당으로 향해야 할 분노의 표출이 오히려 우리 당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강행에도 불구하고 10.28 재보궐선거는 22:2로 참패했습니다.
이제는 국민과 당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파격이나 획기적인 이벤트가 없는 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이 혁신전당대회를 열고 저와 문 대표 모두 나가 당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보자고 제안한 이유입니다. 조직도 세력도 없는 저는 꼴찌를 해도 좋다고 각오하고 드린 제안입니다.
혁신전당대회에 대한 거부 이유로 분열과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국론이 분열되는데 선거는 왜 하느냐는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대통령선거가 국민들에게 분열과 대결을 불러오기 때문에, 선거를 피하고 대통령을 추대해야겠다는 말입니까?
대결을 피하고 누른다고 해서 당 내부의 리더십이 온전하게 서지는 못합니다. 치열한 혁신 논쟁과 경쟁이야말로 국민의 관심과 당원의 지지 속에 새로운 혁신동력을 불러일으키고 단단한 리더십을 새롭게 세울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거부 이유로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은 지난 16년간 총선을 앞두고 한 번의 예외도 없이 1월 또는 2월에 전당대회를 열었습니다.
2000년 1월 20일 전당대회를 치르고 4.13 총선 준비 체계에 돌입했고, 2004년 1월 11일에 전당대회를 치르고 4.15 총선을 맞았으며, 2008년에는 2월 17일 통합합동회의를 통해 4.9 총선을 치렀으며, 2012년에도 1월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4.11 총선을 치른 바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기득권을 버리고 당을 살리려는 결단과 의지입니다. 당 대표직을 사퇴한 후 다시 전당대회에 나가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당을 살리기 위해 결단하신다면 전당대회에 다시 나가는 것이 무엇이 어렵습니까? 문 대표의 결정이 진정 당을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뒤늦게 저의 혁신안 10가지를 수용하신다고 합니다. 지금 수용할 수 있었다면 왜 그 전에는 수용을 하지 않았는지, 왜 외면하고 비판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낡은 진보청산이 형용모순이고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직접 비판도 하셨습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 정체성을 문제 삼는 사고와 인식으로 어떻게 우리 당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고, 합리적 개혁세력을 대변하고, 정치에 절망한 청년들과 무당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겠습니까?
문 대표께서는 제 혁신안을 왜 비판했는지, 그리고 석 달이 지난 후 왜 갑자기 수용하게 되었는지, 국민들께 설명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제 혁신안은 당의 병폐를 뜯어고치기 위한 출발선입니다.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실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부족합니다. 고심 끝에 혁신전당대회를 제안한 이유입니다.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이제까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 왔습니다. 단 한 차례도 분열의 길을 걸은 적이 없습니다. 2011년 한나라당의 확장을 반대했기에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습니다.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대통령후보직도 양보했습니다. 2014년 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통합하여 지방선거를 돌파해 냈습니다. 통합을 했기에 지금의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존재할 수 있었고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든든한 버팀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고통스럽고 힘든 선택이었지만 기꺼이 그렇게 했고,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져 왔습니다. 많은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비판하고, 때론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인내하며 제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습니까?
국민의 삶이 바뀌었습니까?
정치가 바뀌었습니까?
야당이 바뀌었습니까?
저의 목표는 지금도 정권교체이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의 변화입니다. 지금 제가 우리 당의 혁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유입니다.
왜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지 못하느냐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문재인 대표 개인과 권력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닙니다. 당과 야권 전체의 존망이 달린 문제를 함께 풀어가자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우리 당이 어떤 야당으로 거듭나는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저의 혁신 목표는 단순히 우리 당의 병폐를 뜯어고치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 목표는 집권할 수 있는 야당을 만드는데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총선과 대선에 나선다면 정권교체는 어려워지고, 한국 민주주의는 암흑의 길로 빠져들고 말 것입니다.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낡은 세력들이 나라를 침몰시키는 것을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투표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절망하는 지지자들과 국민들께 그래도 다시 희망을 가지고 투표장에 나와 투표해 달라고 요청하려면, 지금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저 안철수의 미래나 문재인의 미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어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저 는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표께 말씀드립니다. 현재의 체제와 리더십으로 당의 분열과 갈등을 잠재울 수 있습니까?
지금 우리 당으로 총선 돌파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정치 리더십은 누르고 억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짓누를수록 불신과 갈등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화합은 멀어져 갈 것입니다.
지금은 기득권에 연연할 때가 아닙니다. 혁신전당대회를 거부한 12월 3일 결정을 재고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우리 당의 낡은 병폐들을 백일하에 드러내 놓고 국민, 당원과 함께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간다면 당이 살 길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감동과 파격이 있어야만 국민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께서 다시 당선되신다면 저는 깨끗이 승복하고 문 대표를 적극 도울 것입니다. 만약 문 대표도, 저도 아닌 제3의 개혁적 후보가 당선된다면 더 큰 감동과 반전, 그리고 혁신의 에너지를 분출시킬 것입니다.
진정 당과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 주십시오.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묻지도 않을 것입니다.
저는 오직 낡은 정치를 바꿔달라는 시대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만 충실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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