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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짜는전자업계] 변화보다 안정택한 전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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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그룹과 LG그룹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의 내년 정기 사장단 인사가 단행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성장정체를 겪으며 이번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두 회사 모두 현 경영진들을 대부분 유임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장기화되고 있는 저성장시대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IT 업체들의 반격, 저가 전자제품 시장을 무기로 들고 나온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과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기 위해 변화 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DS부문장(부회장), 윤부근 CE부문장(사장), 신종균 IM부문장(사장)이 모두 제자리를 지켰다. 3인 대표 이사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조직내에 혁신을 위한 변화의 단초는 남겼다. 권오현 부회장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대표이사직은 유지하는 대신 겸직하던 종합기술원장 자리를 정칠희 신임 사장에게 넘겼다.


윤부근 사장은 겸임하고 있던 생활가전 사업부장을 떼어냈고 신종균 사장 역시 IM부문장 대표이사 역할만 남겨 놓고 무선사업부장은 고동진 신임 사장에게 맡겼다.

오랫 동안 부문장을 맡으며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끈 세 사람을 그대로 유임시키는 대신 사업부장 자리를 넘겨 안정 속에서 변화를 찾은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숨 가쁘게 진행됐던 사업재편으로 인한 피로감에 CEO까지 바꿀 경우 자칫하면 임직원들이 구심점을 잃고 사업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최고경영진 모두 이 같은 사안을 우려해 CEO들을 대부분 유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수장을 교체하는 것보다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가진 CEO들이 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며 "전자의 경우 부문장은 제자리를 지켰지만 실제 사업을 맡는 사업부장은 새로운 인물들을 배치해 연륜과 경험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단행됐다"고 말했다.


LG도 주요 CEO들을 대부분 유임시켰다. 장기 저성장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지주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전문경영인들에게 힘을 실어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주사인 ㈜LG의 권한과 역할이 대폭 증대됐다는 점이다. 오너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LG로 자리를 옮기며 '신성장사업추진단' 단장을 맡게 됐다.


구본무 회장이 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하는 가운데 구 부회장은 그룹 내 신사업과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및 협업을 책임지게 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LG의 최근 성장 동력이 계열사 간 B2B에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은 LG디스플레이가 패널, LG전자가 관련 제품들을 개발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자동차 부품 및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LG화학과 LG전자가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다.


별도 계열사지만 협업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 만큼 오너 출신의 경영자가 지주사에 자리잡아 이를 진두지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LG의 인사는 지주사의 역할 증대, 전문경영인의 전진배치를 통해 계열사 간 책임경영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면서 "B2B 사업의 강화는 장기 저성장시대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LG의 해답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일가가 모두 지주사에 둥지를 튼 가운데 전문경영인은 대거 전진 배치됐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권영수 LG화학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LG유플러스를 맡게 됐다.


LG전자의 경우 구본준 부회장 단독 대표체제에서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사장),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 이들 세 명이 각자대표를 맡는 체제로 변경했다. 권봉석 HE사업본부장(부사장)은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종전 TV 사업을 그대로 맡는다.


각자 맡은 사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늘리는 한편 종전 경영진을 그대로 신임해 위기시 비상경영을 맡긴 것이다. 특히 신사업을 오너인 구본준 부회장이 총괄하며 구본무 회장이 그룹 전체 경영을 맡고 전문경영인들은 자신들의 영역에서 책임경영을 본격화 하는 방향으로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각 사업 부문장들은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각 사업 분야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게 됐다"면서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늘어 사업뱡항과 투자, 신성장 산업을 오너들이 책임지고 전문경영인들은 자신의 사업에 총력을 다하는 체제로 개편된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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