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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어 야후 CEO의 리더십, 벼랑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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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아…야후 임원 수십명, 메이어와 반목으로 그만둬

메이어 야후 CEO의 리더십, 벼랑 끝에 (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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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 인터넷 포털 업체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리더십을 잃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야후 임원 수십명이 회사를 떠났다. 메이어 CEO는 지난 8월 하순 고위 임원들에게 퇴사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실적 회복에 수년이 걸린다며 호소했으나 직원들은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한 야후 임원을 인용해 평소 메이어 CEO와 임원진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메이어 CEO가 임원들에게 매출 증대와 관련해 지나친 요구만 거듭해 임원진이 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메이어 CEO는 2012년 취임 이후 야후의 포털ㆍ광고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애썼으나 아직 성적이 신통치 않다. 지난 10월 발표된 올해 3분기 야후의 순이익은 7600만달러(약 870억원)로 지난해 동기 67억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주당순이익(EPS)은 15센트로 시장 예상치인 17센트를 밑돌았다.

그는 텀블러ㆍ플러리 등 지금까지 20개가 넘는 모바일 서비스 관련 신생 업체를 인수했다. 야후를 모바일 분야의 강자로 키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이와 관련해 메이어 CEO가 취임 첫날부터 직원들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남의 말부터 듣고 배우며 이해하려 들기는커녕 거드름피우며 젠체했다는 것이다.


신임 CEO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메이어의 CEO 취임 이후 야후의 기업문화가 망가졌다고 포브스는 비판했다. 기업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니 변혁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기업문화는 각기 독립된 숱한 유기체로 이뤄진 연약한 생태계다. CEO의 임무는 이를 키워 번창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강하게 성장한 기업문화는 혁신의 지렛대가 된다. 그러나 메이어 CEO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보스가 조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면 조직원들은 의견 내놓기를 꺼리게 마련이다. 조직원에게 "너는 리더가 아냐"라고 윽박지르면 조직원은 '수동형 인간'으로 변하고 만다.


저널은 "메이어 CEO가 사업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데다 투자자ㆍ광고주들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그에게 체계적인 전략은 없다. 조직원들에게 자기 생각만 강요할 뿐 미래 비전을 명징하게 제시하지 못하니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메이어 CEO는 지난 1월 알리바바 분사안 추진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지만 분사가 순탄치 않다. 분사 추진 과정에서 행동주의 투자업체 스타보드밸류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스타보드밸류는 지난달 야후에 알리바바 분사 추진을 중단하고 대신 핵심 사업 인수자나 찾으라고 요구했다. 분사로 불거질 수 있는 세금 문제를 고려한 요구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자기 생각을 의심하고 다른 사람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자기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지 못하는 게 메이어 CEO의 가장 큰 단점이다. 신념 고수와 단순히 논쟁에서 이기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메이어 CEO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메이어 CEO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4분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야후는 4분기 예상 매출액을 11억6000만달러로 낮춰 잡았다. 메이어 CEO에게 연봉 4210만달러를 챙길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CEO로 조직을 이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직의 변화를 주도해 나아가는 일은 더 어렵다. 리더십에 대대적인 변화가 없으면 야후는 서서히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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