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만6000명당 상영관 1곳…20개 언어로 제작, 고비용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세계 제2의 인구 보유국으로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는 인도에서 연간 제작되는 영화는 1500~2000편에 이른다. 게다가 인도 사람들은 영화, 영화 스타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렇다면 인도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세계 1~2위를 기록해야 하는데 연간 20억달러(약 2조2750억원)에 불과하다.
인도 인구는 북미의 3배를 웃돈다. 그러나 연간 박스오피스 매출은 북미의 20%, 중국의 33%에 불과하다. 인구가 인도의 10%도 안 되는 일본보다 적은 셈이다. 왜일까.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최근 무엇보다 인도 인구 대비 상영관 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인구 9만6300명당 스크린 하나 꼴이다. 미국의 경우 7800명당 하나, 중국은 4만5000명당 하나다. 스크린 수가 이처럼 적으니 인도의 영화 팬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것이다.
게다가 인도의 영화관 1만3000개 가운데 1만개 이상이 단일 상영관이다. 복합 상영관, 다시 말해 멀티플렉스가 턱없이 모자라니 매출은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광대한 영토를 갖고 있지만 단일 언어로 영화가 만들어져 배급되는 북미ㆍ중국과 달리 인도의 영화는 20여개 언어로 제작ㆍ배급된다. 그 결과 제작ㆍ마케팅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순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영화 티켓 값이 너무 싼 것도 문제다. 인도 인구 대다수가 가난에 허덕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으로 영화 티켓 값이 터무니없이 싼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5000만~1억명에 이르는 인도 중산층은 극장표 값 150~250루피(약 2600~4300원) 이상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
사실 인도 정부는 일부 지역의 영화표 값을 일부러 낮게 묶어두고 있다. 일례로 타밀나두주(州)는 수년 동안 영화 티켓 값 상한선을 120루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니 영화 제작ㆍ상영 사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영화에 붙는 세금은 지나치게 많다. 인도에서는 유독 영화에 2중 과세한다. 흥행세와 서비스세가 바로 그것이다. 흥행세가 붙는 것은 영화 제작ㆍ배급을 삶에 꼭 필요한 서비스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도의 다른 사업 부문에는 흥행세 아니면 서비스세만 붙는다. 2중 과세가 볼리우드(인도 영화업계)의 목을 죄고 있는 셈이다.
무분별한 불법 복제도 인도 영화산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도의 열차 안에서 불법 복제 DVD 판매상을 흔히 볼 수 있다. 불법 복제 DVD를 단속해야 마땅한 경찰관은 몇 푼 안 되는 뇌물에 슬쩍 눈감아버린다.
인도 국영 독점 인터넷 서비스 업체 바랏산차르니감(BSNL)은 영화 불법 다운로드 덕에 짭짤한 매출을 올린다. BSNL의 웹사이트는 대놓고 불법 다운로드를 부추기며 인터넷에서 영화를 어떻게 공짜로 내려 받는지 광고까지 한다.
2013년 발간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WIPO 매거진'에 따르면 볼리우드는 불법 복제로 연간 1800억루피와 일자리 6만개를 잃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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