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선고 결과를 합헌으로 해석하고 보도하는 것은 오류다."
지난 27일 헌법재판소 홍보심의관실은 기자들에게 긴급하게 '설명자료'를 돌렸다. 헌재가 전날 결정한 '교육감 직선제' 때문이다. 헌재가 어떤 결정 이후 긴급하게 설명자료를 돌리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사안이 엄중했고, 급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헌재 결정을 놓고 '교육감 직선제 합헌'이라는 제목을 단 뉴스가 쏟아졌다. 뉴스가 워낙 많이 쏟아지다 보니 일반인은 물론 교육계에서도 합헌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헌재는 "직선제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도, 위헌이라는 판단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막을 잘 모를 경우 황당한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사연은 이렇다. 대법원과 헌재는 한 달에 한 번씩 중요사건 선고가 겹치는 날이 있다. 11월26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이날 대법원은 '업적연봉 통상임금' 판결 등 중요 사건을 선고했다. 헌재도 교육감 직선제 문제 등 여러 중요사건을 선고했다. 뉴스의 홍수는 '설익은 뉴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육감 직선제 뉴스도 그런 경우다.
헌재가 이날 결정한 것은 '합헌'이 아니라 '각하'다. 헌재는 교육감 직선제가 헌법소원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소송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결론(예를 들어 합헌, 위헌) 없이 판단을 종료했다는 의미다.
물론 헌재 결정문에는 경청할 내용도 담겨 있다. 교육감 직선제가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공직 취임 기회를 넓히는 제도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긍정적 서술을 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렇다고 '각하' 결정을 '합헌'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헌법기관 결정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해서 되겠는가. 잘못된 해석이 당연한 사실처럼 유통되는 것은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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