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일본 정부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업들의 임금인상, 설비투자 증액을 독려하기 위해 현행 32.11%인 법인세율을 내년 20%대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법인세율을 내년 당장 20%대로 낮출 수 있도록 본격적인 검토를 해달라고 산하기관들에 지시했다. 당초 재무부는 법인세율을 내년에 31%, 2017년에 20%대로 인하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아베 총리는 일본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경제 선순환으로 연결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엔화 약세 기조를 유지하며 대기업의 수익성을 상당히 개선시켰지만 그 효과는 일반 중소기업들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마침 미국, 영국 등 주요국도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분위기다. 딜로이트의 2011~2015년 법인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43개국 중 미국과 영국 등 36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정재계 모두 법인세율 인하 의지가 강한 만큼 재원확보 대안만 마련되면 당장 내년 세율을 20%대로 낮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날 일본 경제인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민관 대화에서 "법인세율 인하, 노동 규제 완화 등 9가지 항목의 기업환경 개선이 전제가 된다면 내년 봄 노사 간 임금협상에서 올해를 웃도는 수준의 임금인상과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액을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기업 설비 투자의 경우 2018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하는 10조엔 증액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해 그 필요성을 강조해온 임금인상과 설비투자 증액에 대해 재계가 기대하는 답변을 준 것이다.
일본 정부는 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일자리를 늘리고 저소득층을 경제활동인구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신규 지원책도 마련했다.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아동과 노인 보호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또 최저 임금도 매년 3%씩 올려 2020년 무렵에 1000엔 수준으로 맞추기로 결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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