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천정배 의원을 당선시킨 광주의 뜻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반성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야권을 분열시켜 희망을 무너뜨리라는 게 아니다. 신당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박빙 승부지역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사진·53)이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무소속)을 향해 연일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광주를 찾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송 전 시장이 내년 총선에서 천 의원과 빅매치를 벌여야 한다는 광주 출마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물을 잡아 몸값도 올리고 고향으로 내려가 대권 지지 기반을 닦으려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대구 출마와 같은 전략인 것이다.
송 전 시장의 광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새정치연합 내부의 시각이다. 우선 그는 호남 출신이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 대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공교롭게도 대동고는 천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 을에 위치해 있다. 3선 국회의원과 시장을 만들어 준 정치적 고향은 인천이지만, 상대가 천 의원인 만큼 고향에서 제 2의 정치 인생을 시작하는 것도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송 전 시장은 스스로 "야권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그는 "야권의 심장인 광주 민심이 분산되고 흔들리고 있다"며 "이를 방치하면 내년 총선 수도권 싸움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정통민주당이 야권 표를 분산시켜 새정치연합이 6석을 잃은 전례를 반복해선 안 되기 때문에 '분열의 핵'인 천 의원을 꺾어 수도권으로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송 전 시장은 호남에서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문 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새정치연합 중도 성향 전·현직 의원 모임인 '통합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 전 시장은 지난 16일 "현정권에 절망하고 분노한 국민과 당원들에게 구체적인 결단과 행동,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단합을 촉구했다.
이 같은 전략은 김 전 지사가 "김부겸 새정치연합 전 의원이 새누리당의 핵심 근거지를 접수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구원투수를 자처, 대구 출마를 결정한 것과 흡사하다. 김 전 지사의 대구행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텃밭을 수성해야 한다는 명분이 힘을 얻으며 잠잠해졌다.
그러나 현지 민심은 녹록치 않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결과적으로 수도권에서 처지가 힘들어지니 고향으로 내려오는 거 아닌가"라며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정모씨는 "새정치연합이 송 전 시장을 광주로 보낸다는 건 광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전 시장이 인천 출마 가능성 또한 열어 놓은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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