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김영삼 전 대통령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가 ‘칼국수’와 ‘대도무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유독 칼국수를 사랑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자 청와대는 그가 즐겨먹던 칼국수 맛을 내기 위해 YS칼국수 할머니로 유명세를 얻은 김남숙 여사로부터 조리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여사가 1990년대 중반 운영하던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소호정’을 즐겨 찾았다.
1990~1998년 청와대 요리사를 지낸 이근배씨는 당시 경험을 적은 에세이집 ‘청와대 요리사’에서 칼국수 제조 비화로 당시 우리 밀이 수입 밀에 비해 탄성이 적고 점도가 약해 반죽이 잘 뭉쳐지지 않았고 색깔도 누런 색에 가까워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청와대 조리팀은 인원이 적을 때는 우리 밀을 100%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수입 밀을 조금씩 섞어 썼다고도 했다.
본인 뿐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은 각료들과 칼국수를 함께 즐겼다. 또 청와대에 각계 인사들을 불러 칼국수를 대접한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칼국수가 고정메뉴로 나올 때가 많았지만 그 양이 적었는지 일부 참모들은 대통령과의 오찬 이후 따로 점심을 한번 더 먹었다고도 한다.
한 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김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칼국수였던 것은 소박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와 직결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좌우명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큰 길에는 문이 없다는 뜻으로 사람이 지녀야 할 도리, 정도에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1979년 신민당 총재 재선 직후 "대도무문, 정직하게 나가면 문은 열립니다. 권모술수나 속임수가 잠시 통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정직이 이깁니다"라고 해 대중의 마음을 얻었다.
그가 취임 초 금융실명제도를 전격 단행하고,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산한 것도 대도무문의 정신이 100% 발휘된 조치였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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