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환 증가로 주거비 지출 사상 최고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올해 3분기(7~9월)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5년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1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명목 기준) 증가했다.
가구 소득은 작년 4분기 2.4%, 올해 1분기 2.6%, 2분기 2.9%까지 증가폭이 확대되다가 3분기 0%대로 낮아졌다. 이런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3분기(-0.8%)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0%로 정체 상태였다.
가계소득 가운데 근로소득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50만명대이던 취업자 수 증가폭이 올해 3분기엔 30만명대로 둔화한 데다 근로자들이 받은 상여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업소득은 지난해 4분기(-3.4%)부터 4개 분기 연속 감소해 자영업자 등 개인 사업자 사정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확대 등으로 이전소득(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나 기업이 무상으로 주는 소득)만 11.5%의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계 소득에서 연금, 세금, 건강보험료 등에 들어가는 돈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지난 3분기 358만2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 늘었다.
소득 증가율 둔화에 따라 가계 지출이 줄었다.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339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했다. 가계지출이 줄어든 것은 2013년 1분기(-0.4%)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3분기 가계 지출이 감소한 데는 자동차 구입과 관련한 지출이 28.3% 줄어든 점이 크게 작용했다. 자동차를 뺀 가계 소비지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했다.
가계의 3분기 평균 소비성향(소득 가운데 소비로 지출한 비용)은 71.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었다면 71만5000원만 쓰고 나머지는 저축했다는 말이다. 이는 소비성향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이며,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한편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어나 올해 3분기에 가계의 주거비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가계의 실제주거비(월세) 지출은 월평균 7만5400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작년 3분기 40.3%에서 올해 3분기 45.6%로 커졌다.
가구 간 소득 불평등은 다소 개선되는 추세다. 5분위(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1분위(상위 1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3분기 4.46배였다. 3분기로만 보면 2003년(5.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4분기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소비진작 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가 강해져 가계 소득·지출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명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전반적으로 고용 증가세가 지속되면 가계소득 증가세가 확대된다"며 "올 4분기에는 소비심리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가운데 정부가 소비촉진 대책을 추진한 영향으로 가계 소비지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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