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아깝다. 규제비용총량제만 국회를 통과했어도 주요 20개국(G20) 중 성장전략 이행성과 점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을텐데…"
지난 16일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전략 이행성과 점검 평가에서 G20 국가 중 2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성장전략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호주 의장국을 중심으로 G20이 추진하고 있는 5년짜리 프로젝트다. G2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추세를 2018년에는 지난해보다 2%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첫번째 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3개년 계획을 중심으로 100여개 과제를 제출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귀국길에 기자들과 전용기 안에서 이를 주제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올해는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 점이 좋은 점수를 얻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1등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상당히 부담을 느꼈다"면서 "지난 9월 중간 발표에서 1위 국가와 차이가 크지 않아 행정부 내 조치사항이 완료된 과제에 대해서는 완료로 평가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행정입법이 완료됐거나 국회에 제출된 과제 일부를 '완료'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규제비용총량제의 경우에는 OECD가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인 만큼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완'으로 평가했다. "이것만 됐어도 1위 이탈리아를 제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뤄낸 국제금융체제(IFA) 워킹그룹(WG) 부활도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 우리 정부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에서 IMF 긴급지원금융 확대(유동성 공급망 확대), 선진-개도국간 통화스왑 확대 등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식 회의석상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이해관계에 맞게 만들어진 국제금융질서가 쉽게 바뀌진 않았다. 신흥국의 도덕적 해이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IMF 긴급지원금융 확대는 재정이 충분치 못한 선진국이 반대했고 통화스왑은 미국 의회의 반대에 막혔다.
상황은 내년 G20 의장국을 중국이 맡게 되면서 급변했다. 중국이 경제규모에 맞지 않게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려는 의도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GDP의 23%를 차지하는데도 글로벌 통화의 60%가 미 달러나 또는 달러에 페그돼 있는 달러지역에 살고 있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GDP의 14%를 점유함에도 불구 위안화 사용은 미미하다.
중국은 앞서 열리 G20 페루 재무장관회의에서 우리측에 WG 만드는 것을 제안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지지하면서 일은 성사됐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급격한 자본이동에 대비하는 거시건전성 조치, 지역금융안전망 실효성 제고, 다자간 통화스왑 확대 등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다른 관계자는 "국제금융 질서를 바꾸려는 중국과 수성하려는 선진국들의 총성없는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유리하고 실속있는 금융안전판을 만드는 실사구시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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