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손 잡아야"…시리아 난민 수용에 오바마 지지율도 출렁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파리 테러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변화가 읽힌다. 파리 테러 발생 이후 테러와 난민, 국가안보 문제가 대선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마케팅·여론조사 업체 플루언트가 지난 1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22%가 국가안보와 난민 문제를 미국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2위는 테러리즘 대처로 16%였다. 이는 파리 테러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10일 여론조사와 비교해 각각 5%포인트, 11%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반면 헬스케어, 재정적자, 경기회복 등을 우선 과제로 꼽은 비율은 최대 6%포인트까지 감소했다.
우선순위 변화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도 발견된다. 민주당 유권자들의 15%는 테러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10일 조사에서보다 11%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반면 총기규제 문제를 꼽은 응답은 10%로 3%포인트 줄었고 기후변화는 4%로 4%포인트 감소했다.
후보자별로 파리 테러의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는 인물은 지지율이 상승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다. 반면 클린턴의 대항마로 부상한 버니 샌더스 후보의 지지율은 3%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외교 경험 부족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이 15~1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53%의 미국인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수용 약속을 폐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11%는 무슬림이 아닌 기독교인 시리아인들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64%에 달하는 응답자가 자국 정부의 시리아 난민 수용에 직·간접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약속대로 시리아 난민 수용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53%의 미국인들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라크·시리아에 지상군을 파견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44%가 찬성했고 45%는 반대하면서 의견이 양분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51%로 지난 9월 이후 4%포인트 올랐다. 그만큼 난민 문제와 테러리즘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태도가 강경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이번 설문조사에 관여한 심리학자 앤 셀저 셀저앤컴퍼니 사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러시아)과의 동침을 해서라도 IS를 격퇴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례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