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법정관리 위기에 처한 STX조선해양이 인력을 30% 가량 줄이고 임직원 임금 10%를 반납하는 내용의 고강도 자구안을 내놨다.
이병모 STX조선해양 사장은 17일 ▲인력 30% 감축 ▲임직원 급여 10% 삭감 ▲해양플랜트·특수선 사업철수 ▲불요자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임직원에게 밝히고 동의를 요청했다.
이번 자구안은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STX조선해양 스스로의 회생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채권단은 고정비 50%를 줄일 정도의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추가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STX조선해양의 자구안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채권단의 요구사항에 부합해 일단 법정관리 위기를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사가 합의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와 같이 노조의 합의동의서 제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자구안에 맞춰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일반직과 사무직을 포함해 2600여명인 STX조선해양 직원 중 700~800명은 일터를 떠나야 한다. 이미 수차례 인력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줄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할 수 있는 최대한 감원하는 셈이다.
이 외에 조직 규모 역시 통폐합을 통해 30%를 없애기로 했다. 특수선·해양플랜트 사업 철수, 생산설계 등 직종 아웃소싱, 부산 조선소 등 자산 매각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를 줄여 탱커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 선박 전문회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향도 정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채권단에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살아남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채권단 결정에 따라 자구안 내용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2013년 4월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들어간 이래 최근까지 4조5000억원가량 신규 자금을 지원받았다.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에 단기차입금 8766억2500만원과 각각 2017년 말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무보증 사모사채) 2205억원과 장기차입금 2878억원 등 금융부채를 지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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