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미국 금리인상 전망에 압박을 받고 있던 국내증시에 파리 테러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증시는 빠른 속도로 조정을 보였다. 코스피는 지난 3거래일 연속 하락세 속에 2000선 근처에서 1940선까지 밀려났다.
테러의 부정적인 요소가 일차적으로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를 이끌었지만 미국 및 유럽증시는 유가 상승과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확대 기대감이 들어오며 반등에 성공했다. 국내증시 역시 단기 조정 폭이 크게 들어온만큼 추가 하락보다는 완만한 회복세가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리 테러가 초국가적 테러의 성격을 지닌만큼 조기 마무리될 이벤트는 아니지만 유럽국가들의 전반적인 정책을 살펴보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조언했다. 제조업 경기와 소비심리 등의 일시적 위축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 요소가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예상치 못한 파리 테러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에 충격이 컸던 것은 올해 하반기 중국 경착륙 위험과 미국 금리인상 경계감 속에서도 탄탄한 흐름을 보여준 유로존의 중심부가 공격당했단 점이다. 이번 테러로 인한 글로벌 증시의 심리적 부담은 이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진다.
비록 주변 경제여건 등이 달라 프랑스와 미국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지난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직후 소비심리와 제조업 체감경기가 뒷걸음질치며 미국 경제가 일시적 위축을 맞이한 경험이 유로존 경기둔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이번 테러가 국제전으로 확전될 가능성, 투자심리 위축과 각국의 국경폐쇄 등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금융위기 등에 비해 충격이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는 정부의 경기부양이 강화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자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주요국들이 국방비 증액에 나설 가능성이 커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이번 파리 테러 이벤트는 조기에 마무리될 이벤트는 아니다. 하지만 테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국제전으로 파급되지 않는 한 비교적 단기에 끝난 경우가 많았고 경기부양에 대한 정책수위가 올라가는 경향이 높았던만큼 극단적 위험을 상정하기보다 ECB와 각국 정책을 살펴보며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 증시를 둘러싼 주변환경이 녹록치 않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공포심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지난주에는 금리인상을 자극할만한 추가적인 재료부재 및 선반영으로 가격변수들이 긍정적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터진 파리 테러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
가뜩이나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서 발생한 돌발 변수기 때문에 신흥국 자본이탈 조짐 확대를 보이던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심화된다면 일시적 시장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우 금융시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가능범위를 벗어난다. 예측이 쉽지 않은데 추후 추가적 테러 발생여부와 서방국가들의 보복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는 증시의 단기 조정요인이 분명하다. 사태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당분간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ECB가 예상보다 강한 정책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있다. 이미 폭스바겐 스캔들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테러 발발로 인한 유로존 내 소비위축이 정책강화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것이 미국 금리인상 정책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국내증시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유로화의 추가 약세로 달러화 강세압력이 심화되면 국내증시 외국인 수급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반영될 위험성도 남아있다.
◆지난밤 해외증시 및 주요지표= 미국증시는 파리 테러 사건 여파로 장 초반 항공과 여행업종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지난 주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되며 장 중 상승폭 확대해 3대지수 모두 1% 이상 상승 마감했다.
유럽증시는 파리 테러 사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업종 강세에 영국증시가 0.5% 가까이 상승하고 독일은 강보합, 프랑스는 약보합을 기록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전날 장 종료 후 주요공시
▶LG= 올해 3Q 영업익 3731억원 전년比 28.5%↑
▶두산인프라코어= 올해 3Q 영업익 200억원 전년比 80%↓
▶현대중공업= 지난달 매출 2조1335억원, 전년比 4.06%↑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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