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사연들은 당시 현장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남매가 각기 다른 테러 장소에 있다가 무사히 생존한 사연을 전했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독일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하고 있던 시각, 그리즈만의 친누나 마우드는 이번 테러 중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다.
앙투안 선수는 누나 마우드가 바타클랑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테러범에 인질로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신이시여 제 여자형제와 프랑스를 보살피소서"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한 시간 후에 "누나가 바타클랑 극장에서 탈출했다.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올리며 누나의 무사 생존 소식을 알렸다.
행운은 모두의 편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 그리즈만과 함께 출전했던 프랑스 대표팀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는 이번 테러로 사촌을 잃었다.
긴박했던 테러 현장에서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구한 사연도 전해졌다.
바타클랑 극장에서 여자친구와 공연을 보던 영국인 마이클 오코너는 죽은 척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는 "테러범들이 무차별 (총탄을) 난사하는 그곳은 마치 도살장 같았다"며 "무장 괴한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여자친구의 몸 위에 누워 죽은 척 연기를 했다"고 전했다.
역시 바타클랑 극장에 있었던 관객 이자벨 보더리는 자신이 살아 돌아온 경위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피를 흘리는 낯선 사람들 위에 한 시간가량 숨을 죽이고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며 "테러범들은 독수리처럼 시체 사이를 배회했다"고 술회했다. 보더리가 사건 당시 입었던 피에 얼룩진 티셔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100만명 이상이 좋아요(Like)를 눌렀다.
여자친구와 다투는 바람에 테러를 피한 사연도 있었다. 캉탱 봉가르는 여자친구와 함께 테러가 벌어진 한 식당에 갔다가 서로 말다툼했다. 그리고 불과 얼마 후 총탄이 날아들어 식당을 서둘러 떠나 목숨을 구했다. 봉가르는 "이번 테러 장소들은 모두 내가 자주 가는 곳이라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경찰은 테러 현장에서 사망한 용의자 7명 중 1명은 프랑스 교외에 거주하는 알제리계 이슬람 신자이며, 2명은 벨기에에 거주한 프랑스인, 다른 2명은 최근 그리스를 통해 유럽에 들어온 난민으로 파악했다. 또다른 용의자 한 명에 대해서는 국제적 수배령을 내렸다.
이번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인해 현재까지 파악된 희생자는 사망자 129명, 부상자 352명이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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