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홈페이지에는 '임시 홈페이지'라는 팻말이 달려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법이 올해 1월1일 시행된 것을 감안하면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다. 법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특조위는 제대로 된 홈페이지를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특조위 홈페이지는 '위원회 안내', '위원회 활동', '보도자료', '공지사항' 등이 항목이 달린 채 투박하게 만들어져 있다. 특조위가 정식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한 의외로 단순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정식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한 이유에 대해 "예산과 인원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8월에야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았고,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분은 9월에 파견이 왔다"고 말했다. 정식 홈페이지 제작은 조달청에 공고해 입찰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조위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만들려고 해서 12월 안에 만들려고 하지만 제작기간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 시행 1년만에야 특조위는 정식 홈페이지를 출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조위가 정식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한 이유는 간단한 것이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조위 홈페이지가 국민들로부터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진상조사의 구체적 내용을 알려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홈페이지는 자원 봉사자가 무료로 만들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특조위가 실제 놓인 현실은 자원봉사자가 만들어 준 홈페이지와 같은 처지인 셈이다.
특조위가 이처럼 변변한 홈페이지조차 갖추지 못했던 것은 일차적으로 예비비가 올해 8월 4일 지급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여당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불러온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논란이 깔려있다.
특조위에 관한 구체적인 조직 기구 등을 규정하는 시행령은 세월호 진상규명법이 제정된 지 6개월이 지난 5월11일이 되어서야 정해졌다. 특조위는 정부 인사들이 특조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하다 8월이 되어서야 예산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 고시가 확정되기도 전에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를 위한 예비비가 지급된 것과 확연히 다른 대목이다.
특조위는 시행령과 관련해 진상규명 관련 핵심 보직을 국가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것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특조위 외에도 정치권에서도 공감을 얻었고, 그 결과 야당과 여당이 협력해 시행령을 국회가 고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작업에 나서기까지 했다.(이같은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좌절됐다.) 특조위는 결국 올해의 상당기간을 진상규명을 위한 기본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다 보내고 만 것이다.
세월호진상규명법 1조는 다음과 같다.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함에 따른 참사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하여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과연 특조위는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라는 본래의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