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하루만에 320억 매출…2년만에 6배로 급성장
제로투세븐, LG생활건강 등 多업종서 '콧노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사전에 고객층을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알리바바 그룹이 있는 항저우와 이랜드 본사가 있는 상하이에서 미팅을 수차례 진행하며 인터넷 판매의 주요 요소들을 점검하고, 주문량이 폭증할 것을 대비해 물류인원을 10배로 충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넓은 중국에서 1주일 이내에 모든 고객들이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이랜드 관계자)
"중국 법인 직원, 국내 온라인 사업팀 직원 30여명이 밤을 샜죠. 자정을 기점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물건이 동 났습니다. 실시간으로 새로운 물건을 채워넣고, 반응을 확인하고…. 한국 본사에서 미리 중국 상하이 인근의 물류센터에 물건을 최대한 채워 준비한 보람이 있더군요."(제로투세븐 관계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가 국내 유통업계의 '대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철저한 사전조사와 현지업체와의 협업으로 준비한 일부 패션, 화장품, 유아용품 업체들은 기대 이상의 흥행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12일 이랜드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티몰글로벌'을 통한 이랜드차이나의 광군제 당일 하루 매출이 320억원을 기록했다. 티몰에 입점한 글로벌 브랜드 가운데 3위권 내의 성적이다. 광군제 매출은 참여 첫해인 2013년 50억원, 지난해 220억원에 이어 급증하는 추세다.
이랜드 측은 ▲예약 판매 등 충분한 사전준비 ▲50%의 할인폭과 다양한 제품 구성 ▲빠른 배송서비스 구축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 등을 흥행요인으로 꼽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고객이 장바구니에 원하는 제품을 미리 담고 판매가의 10%를 선결제하면 11일 24시간 내에 언제든 결제할 수 있는 '구매우선권' 제도도 시행했다"면서 "예약판매 규모만 40억원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유아동업체 제로투세븐 역시 사전 준비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최근 알로앤루(의류), 궁중비책(화장품) 등 일부 브랜드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임을 감안, 이번 행사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불안한 인터넷 결제 시스템을 수차례 점검하고, 인기 제품을 미리 선별해 상하이 인근 물류센터로 보내뒀다. 현지 주소 데이터베이스(DB)와 배송 인력도 모두 확보해 준비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티몰, 바이두, JD, 미야바오베이, 쑤닝 등 채널을 통해 지난해 2배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박종승 제로투세븐 중국법인 온라인 사업부장은 "10여개 사이트에서,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 알로앤루 가을·겨울 제품, 궁중비책 스킨케어, 입욕제, 세제 등이 품절됐다"면서 "인기상품의 경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고객들이 동시결제나 배송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티몰에서 지난달 15일부터 화장품과 생활용품 예약판매를 진행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7배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궁중화장품 후 외에도 숨, 오휘, 수려한 등을 선보였으며 올해 7월 처음으로 판매를 시작한 한방샴푸 윤고, 여성용품 바디피트 귀애랑 등 생활용품도 인기를 끌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중국 직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기 품목 VIP 회원 특별 할인행사, 한류스타 마케팅 등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온라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티몰에서 주문한 국내 상품을 중국으로 독점 배송하는 물류기업 '아이씨비'는 광군제 상품 배송 물량 처리를 위해 화물용 전세기 3대를 빌렸다. 티몰글로벌에 입점한 한국 업체 64곳의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이 3000~4000건인데, 광군제 행사를 앞두고 이달 초부터 쌓인 배송 물량이 50만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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