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군제와 韓 빼빼로데이, 같은 날 열리는 민간 주도 마케팅 공통점
광군제, 정부지원·첨단 IT 유통업체의 글로벌 타깃, 블프와 연계한 마케팅 '대성공'
빼빼로데이, 국내에 국한된 제품 판매확대 마케팅이라는 구조적 한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16조5000억원 vs 1조여원'
11월11일, 한국의 빼빼로데이가 중국의 광군제(光棍節)에 완전히 묻힌 날이다. 민간에서 주도해 국가적으로 확산된 두 마케팅은 최근 몇년새 뚜렷한 존재감 차이를 드러냈다. 중국 최대 쇼핑이벤트인 광군제는 7년만에 전 세계 25개국이 동참한 글로벌 쇼핑축제로 발돋움했다. 반면 빼빼로데이는 20년동안 1조원 규모의 성장에 그친 '그들만의 리그'에 국한돼 있다.
광군제와 빼빼로데이의 태생적 배경은 비슷하다. 모두 민간(기업)에서 만들어졌다. 난징대 학생들이 독신을 상징하는 1자가 4개 겹치는 11일을 솔로데이(광군제)로 이름을 붙힌데서 유래한 광군제는 알리바바가 지난 2009년 독신자를 위한 세일을 시작하면서 판이 커졌다. 빼빼로데이 역시 1996년 영남지역 여중생들이 막대과자(빼빼로)를 주는 것이 유행하자 롯데제과가 1997년부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지금까지 왔다.
하지만 두 마케팅의 성장배경은 확연히 다르다. 광군제는 유통업체가 시작한 대규모 할인 마케팅이라면 빼빼로데이는 제조업체가 만든 공급 확대책이다. 광군제를 주도한 알리바바는 아마존과 이베이의 기업가치를 합친 것보다 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첨단 IT를 활용한 대규모 세일행사는 세계적인 쇼핑 축제로 키울 수 있었다. 해외에서 싼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 쇼핑트렌드로 변하는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 첨단 IT와 글로벌 유통업체의 조합이기에 가능했다.
반면 빼빼로데이는 제조업체가 만들었다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 처음부터 과자를 주고받기 위한 기념일이다보니 소비 유발을 위한 마케팅이나 판매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선물품목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업체의 상술이라는 부정적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국가적인 쇼핑행사로 키우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유통업체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빼빼로데이보다 중국 고객층을 상대로 한 광군제에 더 쏠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상황도 순식간에 역전됐다.
정부의 역할도 달랐다. 광군제는 중국 정부의 탄탄한 지원 아래 움직였다.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광군제 소비지표는 향후 경기의 턴어라운드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평가된다. 즉, 정부차원의 붐업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민관의 쌍끌이전략은 성공했다. 11일 당일에만 알리바바에서 16조5000억원어치가 판매되며 역대 최대 쇼핑잔치를 만들었다.
리커창 총리가 나선 중국과 달리 한국의 빼빼로데이는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다. 제조업체의 제품 판매 확대라는 프레임에 갇혀 할인행사로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민간과 정부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쇼핑행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모두 참여해 할인폭을 높이고 정부도 지원해 소비자로 하여금 많은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