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대기업들의 내부유보를 노리고 있다. 내년 여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열린 제2차 민간경제회의에서 "다음에는 산업계가 구체적인 투자 확대의 전망과 과제를 보여줘야 한다"며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도 지난달 "사상 최대의 재원이 있는데 투자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경영판단 착오"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를 두고 "아베 정권이 기업 내부유보를 투자로 돌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며 여전히 불안한 아베노믹스가 그 이유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4~6월에도 -1.2%를 기록하면서 국내 경제가 다시금 침체 분위기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우정의 상장 성공으로 인해 일본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국제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집권 자민당의 한 고위인사는 "일본우정 상장이 성공했지만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털어놨다.
안보법제 등으로 인해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해, 아베노믹스마저 흔들리면 내년 여름 총선에서 집권당의 승리는 불투명하다.
유일한 희망은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는 대기업들이다. 기업들의 내부유보는 지난해 3월말 현재 354조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2년 말 대비 80조엔 증가한 것이다. 아베 정부는 이 증가분이 그대로 투자로 이어져야 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자민당 고위인사는 "내부유보 증가가 투자로 이어졌다면 지금쯤 아베노믹스는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최근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3개의 화살'을 주창하며 GDP 규모를 600조엔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신문은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법인세율을 20%대로 끌어내리며 기업에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법인세 인하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내부유보 확대에도 투자를 늘리지 않은 기업들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또 '정부가 기업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며 재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아베 정권의 새 목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신문은 일본은행(BOJ)이 추가완화를 단행한다 해도 물가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베노믹스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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