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 인증제도를 전면 손질하고 나선 것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도입한 인증이 오히려 경쟁력을 갉아먹는 고질적인 규제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인증을 개선하거나 폐지하는 방식으로는 규제개혁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203개 인증규제 모두를 전수조사하고 기업의 의견을 대폭 반영했다. 이번 인증규제 개혁으로 23만개 중소기업이 1조4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당 인증수 10년만에 3배 증가= 1961년 제품이나 서비스 등이 표준·기준에 적합한 지를 평가해 증명하는 제도로 도입된 인증은 당초 경쟁력 강화 등 기업 지원정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인증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유사한 인증이 중복되는 등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지금은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2006년 114개였던 인증 수는 올해 203개로 80% 가량 늘어났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인증실태조사에 따르면, 1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평균 인증 수는 같은 기간 3.2개에서 10개로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인증비용은 2006년 평균 1300만원에서 올해 3000만원으로 많아졌다. 일부 인증은 영세중소기업 매출액의 6%까지 부과되는 경우가 있는 등 인증비용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인증규제 개혁으로 각 기업이 인증을 받기 위해 지출하는 수수료·시험검사비·인건비 등 인증비용을 매년 5420억원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증 유효기간이 평균 3년인 점을 감안하면 3년간 1조6260억원의 인증비용 절감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인증기간 단축으로 기업이 제품을 시장에 조기에 출시해 얻을 수 있는 매출 증가는 연간 8630억원으로 전망됐다. 3년간 2조5890억원의 매출증대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인증 쉽게 못만든다= 정부는 앞으로 불필요한 인증규제의 무분별한 도입을 차단하고, 도입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성과중심·사후규제 방식으로 규제를 심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든 인증에 대해 규제심사 적용을 의무화 하고 신설 인증은 차별성·국제조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심사할 계획이다. 또 인증이 개별 구성요소를 규제하지 않고, 최종 목표를 규제하게 도니다. 창문이나 형광등, 단열재 등에 대해 개별 규제하던 것을 건축물 에너지 기준이라는 최종 목표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기술력 있는 기업이 인증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정부 조달제도도 개선된다. 조달 평가시 인증을 복수로 보유한 기업에 대한 우대를 폐지하고, 인증 없이 조달 진입이 가능하도록 인증 대신 시험성적서를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KS·단체표준 인증을 받고 있는 64개 물품 가운데 자연석 경계석, 가로등주, 돌망태 등 25개 물품은 시험성적서 제출을 허용한다. 이와 함께 건마크, K마크, Q마크 등 민간인증과 싱글PPM, 성과공유제확인제품, 우수재활용, 환경표지,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인증은 물품구매 적격심사에서 우대를 받지 못한다.
정부는 이번 인증 정비과제들의 추진상황을 실시간 관리·공개하고 기업의 인증애로를 상시 접수·처리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국무조정실의 '규제정보포털', 국가기술표준원의 'e-나라표준인증'과 연계해 운영한다. 아울러 국조실·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해 인증규제 정비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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