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소문만 돌아도 주가 급등…유증철회 등 리스트 적지 않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코스닥 시장에 중국 광풍이 거세다.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했거나 심지어 한다는 소문만으로 주가가 몇배씩 뛰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신후 주가는 지난 9월 중국 피아오위청, 퉁룬린 등이 참여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실시 계획을 발표 이후 불과 2주만에 주당 2000원선 미만에서 1만3000원선까지 폭등했다. 신후 외에도 초록뱀, 처음앤씨, 룽투코리아, 이너스텍, 레드로버, 씨그널엔터테인먼트, 미동전자, 아비스타 등이 중국 투자금 유치를 재료로 급등했다.
신후는 10월 중순 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중국 동발전자과학기술 유한주식공사 등과 에너지 저장장치(ESS) 제조를 위한 합자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급등행진을 시작했다. 이 답변 직후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고, 5거래일만에 주가는 3배 이상 뛰어올랐다. 급등세는 이어져 중국 합작회사 설립계획 이후 약 10일 만인 10월23일 자회사 로얄그리인코리아가 중국, 홍콩, 대만 등에 '로얄순금허브화장품'을 독점 공급한다는 소식으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 약 4년만에 주가 1만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초록뱀은 이달 초 중국 DMG그룹으로부터 32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소식에 3000원 초반이던 주가가 6000원선까지 치솟았다. 미통전자통신 역시 지난 9월 상해 유펑 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1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후 주가는 4000원선에서 1만8000원선까지 4.5배 이상 급등했다.
처음앤씨와 씨그널엔터테인먼트도 최근 중국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에 이목을 끌었다. 전자상거래, 보세면세 등 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는 처음앤씨는 지난 9월 21일 중국 동방해금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고, 씨그널엔터테인먼트는 중국 화천미디어가 지분 20%를 보유한 북경 '중희합력문화'로부터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다만 중국 투자금 유치 소식이 묻지마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 지연, 취소, 투자자 변경 등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로 추종 매매에 나선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투자금 유치 이후 신규 사업의 성과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9월 이후 6배 이상 급등했던 신후의 경우 지난 9월17일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대금 납입일이 10월20일에서 11월10일로 연기됐다. 9월18일 중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역시 당초 투자하기로 한 피아오위청 등 2인 대신 쉬시항 외 1인으로 변경된 이후 또다시 단동 동발주식유한공사로 투자자가 바뀌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가도 꺾였다. 지난달 27일 장중 1만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달 4일 6500원으로 불과 7거래일만에 반토막 났다.
앞서 제주반도체는 지난 6월 중국 윙챔프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00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유상증자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진 끝에 4개월만에 모든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주당 4000원선이던 주가는 단숨에 1만원선까지 뛰어올랐으나 갑작스런 유상증자 철회 소식에 지난 4일 기준 주가는 6000원건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 한 투자전략팀장은 "중국계 자본 유치는 주가 급등의 좋은 재료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발표 전부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경우가 많아 추종매매는 위험하다"며 "무엇보다 투자금의 출처가 분명하고, 투자금이 신규사업이나기존사업에 어떻게 쓰이는 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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