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최대 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서 발표
보수단체 회원들, 대회장 난입하기도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전국 역사학 관련 학회 28개가 30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엄정히 요구한다며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 소속 학회와 역사학 관련 학회 등 총 28개 학회는 이날 오전 서울대에서 열린 '제58회 전국역사학대회'에서 "국정화 강행은 역사 해석과 교육을 독점하고 사유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제는 수시로 바뀌는 정권에 의해 역사 해석과 역사교육이 독점돼 역사교육 자체가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국정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정신과 충돌하는 비민주적 제도로 민주화와 함께 극복됐던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화에 대해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과 종합적 판단력을 가진 창의적 민주시민의 교육에 부적합하고, 세계 보편적 기준이나 추세에도 뒤떨어진 제도"라며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없이 강행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의 역사교육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또 역사학자들에게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제작에 불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양호환 전국역사학대회장 겸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개회사에서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과거를 자랑하듯 골라내 현실의 문제를 가리고 미래에 대해 미망(迷妄)을 품으려는 것이 아니"라며 "역사에서 포폄(褒貶)은 회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역사학대회는 매년 개최되는 역사학계 최대 행사로 한국사와 동양사, 서양사, 지역사, 분야사 등을 연구하는 역사 관련 학회 20개가 참여한다.
한편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보수단체와의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엽제전우회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대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역사학대회에 참석하는 역사학 교수와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학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 보수단체 회원 일부가 역사학대회 1부가 끝난 직후 대회에 참석한 역사학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대회장 안으로 난입해 소동이 일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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