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용량 기준으로만 과세..분리판매땐 세금 대폭 줄어
기재부, 과세체계도 뜯어고치기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전자담배와 관련해 니코틴원액과 향액의 분리판매를 금지하고 과세체계도 개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9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전국 전자담배 판매 실태를 조사하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위탁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며 이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내달 초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뒤 개선안을 확정해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니코틴원액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하고 유럽연합(EU)처럼 니코틴을 2%(20㎎/㎖) 이상 함유한 전자담배용액 판매를 제한하는 식으로 조세재정연구원과 제도 개선 방향을 맞춰가고 있다"며 "수립한 개선안은 유관 부처들과의 협의를 거쳐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 1월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면서 전자담배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자담배용액 수입량은 2012년 8t에서 지난해 66t으로 8.25배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 9월까지 74t이 수입돼 지난해 규모를 벌써 뛰어넘었다.
전자담배 이용자가 증가하는 동시에 세금 사각지대도 넓어지고 있다. 궐련담배(1갑 기준)나 기타 담배(1g 기준)와는 다르게 전자담배는 니코틴용액 1㎖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니코틴이 들어간 용액 1㎖당 담배소비세 628원, 지방교육세 276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525원, 개별소비세 370원 등 세금 1799원을 매긴다.
상당수 전자담배 판매점은 니코틴 강도와 상관없이 용량 기준으로만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제도를 교묘히 이용한다. 전자담배 도입 초기에는 니코틴원액과 향액이 혼합된 형태로 판매했지만 요즘은 둘을 따로 파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세금을 줄일 수 있어서다. 니코틴 100%인 원액 제품이든 1%인 제품이든 세금은 모두 1㎖당 1799원으로 같다.
예를 들어 니코틴 100% 용액 10㎖를 사면 세금 1만7990원(10×1799원)이 붙는다. 반면 니코틴 원액(1㎖)과 니코틴이 없는 희석용 용액(9㎖)을 혼합해 만든 전자담배용액(10㎖)을 사도 똑같이 1만799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니코틴 원액 10㎖를 구입해 향액을 직접 섞어 제조하면 동일한 니코틴 강도에 향도 비슷한 100㎖ 용액을 만들 수 있어 세금을 대폭 절약하게 된다.
정부는 우선 니코틴원액과 향액의 분리판매를 금지해 과세 축소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세체계 개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세체계 개편 없이 분리판매를 금지하면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업체들이 줄도산하고 편법ㆍ탈법이 오히려 더 횡행할 소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유관 부처 관계자는 "행정자치부가 과세체계 수정에 미온적이라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에도 제세부담금 체계를 손보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너무 부담이 크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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