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연구팀, 배터리 기술 응용해 금속 혈관 생성 촉진 시스템 내놓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새로운 개념의 금속 임플란트가 개발됐다. 배터리 기술을 응용해 금속이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시스템이다.
의료용 금속소재는 강도가 우수하고 쉽게 깨지지 않는 고유의 성질을 바탕으로 정형외과, 치과, 심혈관계 등 강도와 안정성이 요구되는 전 분야에 걸쳐 인체 내 이식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체내에서 생화학적 활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화학적 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세라믹이나 고분자 코팅 등을 많이 사용하는데 금속과 결합력이 약해 의료기기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등 제약이 많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의공학 연구소 생체재료연구단 옥명렬 박사 연구팀은 기존의 의료용 금속 소재에 간단한 처리만으로 혈관 형성을 유도해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지는 신개념 금속 기능화 기반기술을 개발했다.
티타늄이나 코발트-크롬 합금과 같은 의료용 금속 소재는 일반적으로 체내에서의 부식을 막아주는 나노미터 두께의 자연 산화막이나 의도적으로 형성시킨 더 두꺼운 산화막으로 덮여있다. 연구팀은 이들 금속의 산화막이 광촉매반응 또는 전기화학적 촉매반응을 통해 적절한 저농도에서 혈관 생성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는 활성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음에 착안해 이번 기술을 선보였다.
체내에는 이들 산화막을 촉매로 사용하는 데에 필요한 광원(光源) 또는 전원(電源)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KIST 생체재료연구단의 대표 발명품인 몸에서 녹는 금속의 주성분인 마그네슘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의료용 금속소재와 마그네슘을 접촉시켜 배터리와 같은 구조를 만들면 마그네슘의 부식반응으로 생성된 전자가 도체인 의료용 금속 소재의 표면으로 확산되고 산화막 표면에서 산소를 환원시켜 활성산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산화막의 두께, 마그네슘과 의료용 금속 소재의 표면적 비율과 같은 재료과학적인 인자를 조절해 활성산소의 생성 속도를 제어했다. 활성산소의 농도를 조절시켜 가면서 활성산소의 독성은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혈관내벽세포는 활성화시키는 최적의 농도를 찾았다. 이를 통해 혈관 생성 촉진을 통한 조직 재생 유도형 의료용 금속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세포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가능성의 검증에서 멈추지 않고 개발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정형외과와 치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나사 형태의 시작품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작품에서도 충분한 농도의 활성산소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혈관형성 촉진 효과를 세포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옥명렬 박사는 "이번 기술은 KIST의 금속공학, 촉매화학, 전기화학, 조직공학, 나노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 개발한 융합기술로 특히 고대병원과 협력을 통해 상용화를 위한 개발 방향 설정이 가능했다"며 "간단한 추가 공정을 통해 기존의 거의 모든 금속 의료기기에 직간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 상용화 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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