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여긴 시장인데, 마트를 지어놨네. 자식들 다 키우며 25년 장사했는데, 저기 들어가면 다 죽을 것만 같아."
22일 오후 송파구 가락시장. 수산물 상인 정모(55)씨가 푸념을 쏟아냈다. 서울시가 지난 2009년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을 시작한 후 1단계 사업이 마무리돼 가는데 이를 바라보는 상인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시장 입구에는 '시장 이전 결사 반대' 등의 현수막까지 걸어놓았다. 무슨 일일까.
올해 12월 가락시장 직판 상점이 1단계로 수산ㆍ축산ㆍ청과 등이 업무동 1층과 지하1층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설계구조상 시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물건을 가득 실은 대형 차량을 비롯해 물류 이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1층과 연결되는 차량 출입구가 없어 물건을 싣고 내리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나마 주차장과 수평으로 연결된 지하1층 역시 각각 약 6m 너비의 출입구 6곳만 있을 뿐이다. 기존 청과직판시장은 147개의 출입구가 마련돼 물건을 이동하는 데 편리했다.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1t차량까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총 1000면이 마련돼 있고, 화물용 엘리베이터 9개소, 무빙워크 2개소, 계단 15개소가 설치돼 있어 시장 내 물류 이동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락시장을 오가는 차량 가운데는 1t 차량보다는 4~5t 차량이 많았다. 또 한꺼번에 50~100여 상자씩 실어나르는 전동차가 오가기에는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부족하고 협소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가락시장이 처음 생길 때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한 60대 청과물 상인은 "업계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아 시장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관상 건물이 멋있어 보이는 것보다는 장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2~3차로 이주할 도매상인들도 대부분 장사하기 어려운 구조 탓에 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락시장에서 3년째 주차관리 업무를 해온 관계자 역시 "대형 차량 출입이 많은 시장인데 이런 차량이 원활하게 가게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선 결과제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공사 관계자는 "이번에 1차로 이주하게 될 직판 상인들이 내심 불안해서 하는 말"이라고 치부했다. 그는 "1차 이주 대상 상인들의 70%가 이미 이주하겠다고 동의를 하고 매장도 배정받은 상태"라면서 "지금까지 총 345회 상인 설명회를 했기 때문에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 역시 이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인호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서울시농수산공사가 직원들을 위해 초호화 스카이라운지 구내식당을 마련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건물을 설계해 가락시장 업무동 공실률이 80%가 넘는다"는 지적을 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식당시설 특성상 1층 아니면 최고층에 만들어야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구내식당이 최고층에 위치하게 된 것"이라며 "공실 문제는 이달 중 기존 평당 12만원선인 임대료를 10만원까지 낮추는 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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