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9개월 손민한…PS 최고령 선발승 39살의 청춘 홍성흔…PS 106경기 신기록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손민한(40·NC)과 홍성흔(39·두산). 승패는 갈렸다. 그러나 베테랑의 향기는 오래 남았다.
손민한은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NC가 16-2로 이겨 승리투수가 됐다. 포스트시즌 통산 최고령(40세 9개월 19일) 선발 승리투수. 송진우(49)의 기록(40세 8개월 1일)을 깼다.
손민한의 포스트 시즌 승리는 지난 1999년 10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당시 손민한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3-5로 뒤진 8회에 구원등판했다. 롯데가 9회에 6-5로 뒤집어 손민한이 승리투수가 됐다.
손민한은 "이 나이까지 중요한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어 행복하다. 기회를 준 김경문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다"며 웃었지만 마운드에서는 매서웠다. 5이닝 동안 77구만 던지며 두산의 방망이를 제압했다.
노장의 상대는 유희관(29)이었다. 그는 안타 여섯 개를 맞고 4점을 뺏긴 뒤 2와 3분의 1이닝만에 강판당했다. 손민한은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손가락 끝에 물집이 생겼다. 5-2로 앞선 가운데 그가 마운드를 떠나자 후배 투수들이 무실점으로 버텨 승리를 지켰다.
김경문 NC 감독(57)은 "손민한의 감이 좋다. 단기전에서는 느낌이 좋은 선수가 잘한다"고 했다. 손민한은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폭은 좁고 높낮이 차는 크다"는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흘려듣지 않았다. 최고 시속 144㎞의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로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홍성흔은 2-16으로 크게 뒤진 9회말 1사 후에 대타로 출전했다.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105경기(23일 현재 106경기)에 출전,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박진만(39ㆍSK)의 104경기. 홍성흔은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3루 땅볼 아웃됐다.
홍성흔에게 이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지난 18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6번 지명타자로 나서 팀이 3-0 앞선 4회초에 솔로포를 날렸다. KBO리그 최초로 포스트시즌 100안타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홍성흔은 올시즌 주로 지명타자로 뛰며 93경기에서 타율0.262 7홈런 79안타 46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4일 NC와의 잠실 홈경기에서는 개인 통산 2000번째 안타를 달성했다. 역대 다섯 번째이자 오른손 타자로는 처음으로 쌓아올린 금자탑이었다.
두산은 여전히 홍성흔이 필요하다. 국가대표 포수 출신인 홍성흔은 주전 포수 양의지(28)의 부상으로 비상 대기중이다. 21일 경기에서 최재훈이 공에 맞아 쓰러지자 황급히 포수에게 필요한 장비를 챙기기도 했다.
홍성흔은 낙천적이다. 경기를 앞두고는 "(투수들과) 사인도 다 맞춰 놨다"며 웃었다. 그러나 자신이 포수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두산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가 무심한 듯 던지고 떠난 "내 야구 인생은 시한부"라는 말에서 결연함이 묻어났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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