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수 SK텔레콤 종합기술원 VE 테크 랩 팀장
전진수 SK텔레콤 종합기술원 VE 테크 랩 팀장은 사내 유일한 여성 기술개발 팀장이다. 그는 여성 기술개발자가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남성 개발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보기술(IT), 통신업계에서 여성이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카드는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분야 있으면 일단 말뚝부터 박아라"
-"일을 노동이 아닌 투자라 생각"
-"여성 공감능력, 리더십과 조화"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똑같은 '전진수'가 하는 일인데 이름 석 자만 공개하고 일할 때와 직접 대면하고 얘기할 때 상대방의 반응이 달라요. 왜 그럴까요? 원래 이 바닥에는 암묵적 편견이 존재해요. 여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전문 기술과 개발 능력이 부족할 것이란 편견이죠. 절대로 울컥하면 안 돼요. 실력으로 보여줘야죠."
전진수 SK텔레콤 종합기술원 가상경험(VEㆍVirtual Experience) 테크 랩(Tech Lab) 팀장은 남성 개발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보기술(IT) 및 통신업계에서 여성이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카드로 '실력'을 꼽았다.
업계에 여성 개발자들에 대한 편견이 짙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편견을 깨기 위해 전문성과 실력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말뚝부터 박아라…주변 정돈은 그 다음에 할 일=전 팀장은 여성 후배들을 만나면 맡은 분야에서 실력으로 '말뚝부터 박아라'라는 말을 자주한다. 20년 넘게 남성들 위주로 돌아가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터득한 그만의 생존법이다.
그는 "경쟁 분야가 있으면 일단 말뚝부터 박는 게 중요하다"면서 "튼튼하게 박혀 있는 말뚝은 거센 외부 환경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주변 정돈은 말뚝이 박힌 다음에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말뚝을 제대로 박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드러나는 주변 정돈에만 신경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팀장은 소위 말하는 '공대 아름이' 출신이다. 공대 아름이는 남학생이 우글거리는 공대에서 함께 공부하는 몇 안 되는 여자 공대생에게 붙는 애칭이다. 대학 시절 120명 정원 중 여학생은 열 명 남짓이었다. 스스로를 튼튼한 여학생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학창시절 장학금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남성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개발자의 길을 걷겠다고 작정한 이상 남성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현재 SK텔레콤 소속 팀장 약 270명 가운데 여성 기술개발 팀장은 그가 유일하다. 전 팀장과 함께 일하는 팀원 13명도 모두 남성이고 업무상 대면하는 파트너 역시 남성이 대부분이다.
◆멘털 '갑(甲)' 여장부가 돼라= 전 팀장은 터프한 조직에서 남성들과 경쟁하다보니 '멘털이 강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 일에만 집중한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내 일을 하다 보면 결국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조언했다. 그는 "'여자가 무엇을 알겠어'라는 편견에 감정적으로 맞서면 결국 '여자라서 그렇다'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다"면서 "실력으로 압도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속하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힘들 때마다 용기가 돼주는 존재가 있다며 일흔을 넘긴 어머니 최용희 군산 적십자평생대학 학장 얘기를 꺼냈다. 그는 "평소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칠순이 넘어서도 아직까지 사회활동을 하실 정도로 열정과 희생정신이 강하신 분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5'에서 자체 개발한 증강현실 솔루션 'T-AR for Project Tango'를 세계 무대에 선보였다.
또 지난 6월에는 팀내 레이저 광학 엔진 개발자들이 만든 미니 무선 빔프로젝터 'UO 스마트빔 레이저'를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경도 난청자를 위한 보청기 '스마트 히어링 에이드'로 '제22회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기술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달에는 동작인식 관련 센서를 개발하는 미국 립모션과 미래형 멀티미디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당당한 워킹맘, 일은 '노동'이 아닌 '투자'= 전 팀장은 보기 드문 여성 기술 개발자이기도 하지만 일과 육아를 함께하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회사에서는 13명의 남성 팀원들과 연구실에서 씨름하고, 퇴근하면 7살ㆍ11살 두 아이와 씨름을 한다.
회사에서는 '멘털 갑'으로 통하지만 육아와 직장생활의 양립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과정보다 성과가 중시되는 업무 특성상 회사 일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오기 일쑤다.
아이들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놀아주면 녹초가 되기 십상이지만 아이들이 모두 잠든 9시30분 이후 업무 2라운드가 시작된다. 그는 "신기술이 접목된 제품이 나오려면 개발자가 혼을 바쳐야 한다"며 "야근과 철야 작업이 동반돼야 하는데 일하는 장소에 대해 너그러운 회사 분위기 덕분에 육아와 직장생활을 동시에 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기 시간이요? 거의 없어요. 근데 힘들지 않아요. 일을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는 일과 육아 모두를 즐기는 워킹맘이었다.
전 팀장은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과정에서 이탈자가 많은 현실에 대해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 중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공부나 경험을 겸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스스로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힘들어도 참을 만하다"고 했다.
◆여성 리더만 볼 수 있는 게 있다= 전 팀장은 각 분야에서 여성 리더들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로 여성들의 강점인 '공감' 능력을 꼽았다.
그는 "여성 리더들은 대체로 세심하고 남성에 비해 공감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조직 분위기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면서 "감성적이라는 게 감정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리더십을 발휘할 때에는 구성원들과 작은 부분까지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연구개발(R&D) 분야의 경우 전문성과 사회 경험을 다 갖춘 인재가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R&D 전문성을 가진 여성들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면서 "여성 연구원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을 주도해 국내 IT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그는 미래 목표를 한정하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다"면서 "일을 통해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성과를 내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다 보면 국내 IT 산업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she is …▲ 1975년생 ▲ 한양대학교 전자계산학과 학사 & 석사 ▲ 삼성전자 단말 SW 개발 책임 연구원(2000~2011), SK텔레콤 매니저(2011). SK텔레콤 VE 테크 랩 팀장(2014~)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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