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KB금융그룹이 2년3개월만에 지주 사장직을 부활시키면서 조직 재편의 배경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30년 넘게 KB국민은행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퇴직한 김옥찬 SGI서울보증 사장을 19일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KB금융지주 사장직 부활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행장 겸임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제2 도약을 위한 새로운 조직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KDB산업은행이 매물로 내놓은 대우증권 인수전의 막이 오르면서 윤 회장을 보좌해 이를 직접 챙길 적임자로 김 대표를 뽑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인수전은 증권가 매물 '최대어'로 꼽힌다.
KB금융 관계자는 "김 사장을 KB금융지주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정해 KB손해보험 편입 관련 합병후 통합관리 추진, 증권사 인수 추진 등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 전략이 한층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면서 리딩금융그룹의 위상 회복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업무가 과중되면서 보험, 증권 등 다른 계열사 업무를 모두 챙기는 것에 한계가 온 것으로 관측된다.
회장과 행장 겸직을 풀 수도 있었지만 지주 업무를 총괄하면서 대우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사장직 부활을 택했다. KB금융 사장직은 2013년 7월 임영록 전 KB금융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석이 됐다.
KB금융은 김 사장 발탁 이유에 대해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경험과 리더십, KB금융 내부 출신으로 KB사정에 정통하고 조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195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싱가포르 현지법인 근무, 국제기획부 국외점포 과장, 방카슈랑스 부장, 재무관리그룹 부행장(CFO),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은행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지난해 10월 KB금융 회장 후보에 포함됐지만 갑작스레 자신 사퇴하고 같은달 29일 SGI서울보증 사장에 취임했다.
일각에서는 지주 사장직 부활에 이어 은행장 선임도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 2기 체제의 막이 오르고 지배구조 및 조직 안정화의 기반이 마련된 상황에서 행장 선임이라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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