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군중심리에 휩싸이면 잃을 수밖에 없다."
1980년, 역발상투자의 대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ㆍ79) 드레먼밸류매니지먼트 회장이 자신의 저서인 '역발상투자전략'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35년이 지난 2015년 현재의 국내 증권시장에도 들어맞는다. 상반기 바이오, 헬스케어 등 소위 시장주도주의 쏠림현상 이후 하반기 급락장 때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 무작정 시장 트렌드를 따르는 투자의 위험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드레먼 회장이 처음부터 역발상투자를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캐나다 태생인 그가 1965년 미국 월가에 입문해 애널리스트로 막 커리어를 쌓고 있던 시절 묻지마 급등주에 투자해 75%의 원금손실을 경험한 이후 달라졌다. 무작정 시장을 따르는 투자의 위험성을 몸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는 주식시장이 항상 투자자들의 심리상태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서 탄생한 투자이론이 '과잉반응이론'이다. 시장 최고 종목의 과대평가와 최악 종목의 과소평가가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에 처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지나치게 과신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론에 그치지 않았다. 단기 악재로 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종목을 사들여 반등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저평가 종목을 저가에 매수한 뒤 시장이 가치를 인정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측면에서 가치투자방식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드레먼은 이같은 방식을 197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가 운용한 '켐퍼-드레먼 고수익펀드'는 1988년부터 1998년까지 10년간 펀드평가사 리퍼가 평가한 동일유형의 펀드 225개 가운데 최고의 펀드로 평가받았다.
물론 역발상이라고 무조건 시장과 역행하는 낮은 주가의 종목만 골랐던 것은 아니다. 그는 역발상투자를 위한 지표 4가지를 설정해 투자대상 회사를 선택했다. 비인기 종목 중 주가수익비율(PER), 주가현금흐름비율(PCR),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배당비율(PDR) 4가지가 모두 하위 20% 기업에만 투자했다.
이 4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을 선택한 뒤 2년이상 보유하는 그의 전략은 '4-2'전략으로도 불린다. 추가적으로 분식회계 위험도가 덜한 시가총액 상위주를 중심으로 투자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27% 이상, 부채비율 20% 미만인 탄탄한 기업만을 투자대상으로 삼았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드레먼 회장은 역설적이게도 증권사들의 전망도 잘 믿지 않았다. 실적쇼크라는 용어 자체가 특별한 악재가 발생해서 나타나기보다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전망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가 주목한 투자위험요인은 인플레이션과 세금으로, 예금계좌나 채권수익 등 무위험 자산으로 불리는 투자대상만큼 위험한 게 없다고 봤다. 투자위험을 거론할 땐 원금가치 보전가능성과 대체투자에 따른 기회수익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투자방식은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업의 가치와 주가가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아야할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4-2 법칙에 맞춰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8년간 장기투자를 했다. 이런 장기투자방식을 이어가기 위해선 투자자들의 비난도 감수해야했고 상당한 인내와 투자 고집이 필요했다.
대표적인 역발상 투자로 드레먼 회장은 2000년 세계 최대 담배회사 알트리아(필립모리스 전신)가 집단소송에 휘말리며 급락할 때 오히려 주식을 매입했다. 이와 함께 지난 1993년에도 급락했던 제약사 일리릴리(Eli Lilly)에 대해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들 회사가 모두 시장의 과민반응에 따라 필요이상으로 가격이 폭락한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드레먼 회장은 "애널리스트들의 지나친 낙관론과 투자자들의 과신이 결합된 상황에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때를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관심 밖에 있는 외로운 주식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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