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평균·%만으로도 질병을 찾고 범죄를 막는…
당신이 아는 것보다 그 속엔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산업현장·사회문제 해결의 유용한 도구
빅데이터 활성화로 활용 영역도 넓어져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5750000…2.7…81.9…1576000…173.2…160.8…28.5….
모두 숫자로 돼 있다. 이 숫자에 우리나라 광복 70년의 역사가 들어있다. 이 숫자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면 우리나라가 광복이후 70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1575만은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승용차 대수이다. 2.7은 평균 가구원 수를 말한다. 81.9는 평균수명이다. 157만6000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사람이다. 173.2, 160.8은 2013년 기준 17세 남녀의 평균 키(cm)를 말한다. 28.5는 인구 10만 명 당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숫자이다.
1945년 혹은 기준 시점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그동안 어떤 구체적 변화를 겪어 왔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수는 생명이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지난 3월 난소 제거수술을 받았다. 앞서 2013년에는 유방절제술을 받은 적이 있다. 질병이 있는 상태도 아닌 건강한데 두 번의 수술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졸리는 돌연변이 유전자인 'BRCA'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졸리의 어머니와 이모 등 가족들 중에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많다. 암으로 변이되기 이전에 졸리는 난소를 제거하는 사전 수술을 선택했다.
이 같은 판단은 수학의 확률에 근거를 둔다. 지금은 질병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사전 가족력과 전후 상황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봤을 때 그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수와 숫자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수는 숫자의 추상적 개념으로 동물들도 수의 개념은 있다. 밀림에서 서로 다른 동물 무리들이 만났다고 가정해 봤을 때 이들은 먼저 서로의 수를 가늠한다. 이를 통해 상대방 숫자가 많으면 도망 갈 것인지, 아니면 적당하면 싸워서 물리칠 것인지 판단한다. 이 판단의 기본 역시 수이다.
이승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수를 세는 개념은 아마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라며 "수라는 개념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수라는 개념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학은 미래이다
계산하는 산수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를 넘어 수학은 이제 삶의 중요한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구나 칼슨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2008년 아야스디(AYASDI)를 창업했다. 아야스디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큰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생체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인데도 추가 암 검진이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명확히 구별해 낸다.
신용카드 사용 패턴을 파악해 사기목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정확히 판단한다. 이른바 위상수학을 산업에 응용해 만든 소프트웨어다.
국내 기업 인코어드테크놀로지는 전기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가정과 회사의 전기계량기에 간단한 장치만 부착하면 계측되는 소비전력으로부터 각 기기마다 독특한 전지주파수를 인식해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생활패턴과 연결해 가장 합리적 절전 방법을 알려준다. 이 회사는 2013년 미국 벨랩 출신의 수학자를 영입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산업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중 수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놀라울 정도로 많다"며 "산업 현장뿐 아니라 사회문제해결의 도구로서 앞으로 수학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고 이런 산업수학 영역 확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는 만물의 근원, 자연이 말하는 언어
지금까지 숫자와 관련된 명쾌한 정의로 피타고라스의 '수는 만물의 근원이다'라는 문구가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20세기 뛰어난 수학자 중 한 사람인 폴 에르디쉬는 "왜 수는 아름다운가? 이것은 왜 베토벤 9번 교향곡이 아름다운 지 묻는 것과 같다. 나는 그저 수가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그게 아름답지 않다면 아름다운 것은 세상에 없다"고까지 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인간의 어떠한 탐구도 수학적으로 보일 수 없다면 참된 과학이라 부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은 "수학을 모르는 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 그것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연이 말하는 언어인 수학을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박부성 경남대 수학교육학과 교수는 "처음 인간은 늘어놓기만 했는데 양이 많다보니 묶었고 이어 새로운 기호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를 통해 기수법이 생기고 특히 인도 숫자와 '0'의 발견으로 십진법은 물론 연산할 수 있는 효율적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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