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버스 맨 앞자리는 출발지 표시
두 번째 자리는 도착지나 회차 지점
143번은 성북권 출발 강남권 회차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서울 시내 교통시설 번호 체계를 이해하면 나름 '길 박사'로 통할 수 있다.
복잡한 지하차도, 특히 지하철 개찰구를 나와 출구를 한번에 찾지 못해 두리번거렸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가지 규칙만 머릿속에 넣으면 출구 번호를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번호는 시계방향 순서대로 매겨진다. 문제는 10개 이상 출구가 나 있는 지하철 환승역의 경우인데 여기에도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기준점이 되는 1번 출구는 먼저 개통된 지하철과 연결된 차도에서 왼쪽(상행선, 외선방향) 시작점에 위치하게 된다.
예컨대 지하철 1ㆍ2호선이 교차하는 시청역의 경우 1호선 출구들 가운데 상행선인 의정부 방향으로 왼쪽 시작점인 덕수궁 매표소 옆 시청교차로에 나 있는 출구가 1번이 된다. 이어 정동극장-서울시의회-서울시청-서울광장-더플라자호텔를 휘감으며 출구 번호가 시계방향 순서대로 매겨지고, 8번부터 2호선 개통과 함께 생긴 출구들이 남대문-서소문-서울시청 별관 등 순으로 번호를 더해간 뒤 1번 출구와 맞닿은 킨코스코리아시청센터에서 12번으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1번 출구와 6,7번 출구가 거리상 가장 멀게 위치하게 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거의 모든 지하철역 첫번째 번호와 마지막 번호 출구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개찰구를 바로 앞에 있는 번호만으로도 나머지 출구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며 "택시기사 자격시험에도 지하철 출구 찾는 방법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규칙은 지난 2000년 정부가 추진한 '공중교통 안내체계 개선사업'에 따라 철도청, 서울지하철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3개 기관이 협의해 마련됐다. 대형 유통점 등 유동인구를 유발하는 시설이 생겨 출구를 늘려야할 경우에는 '1-1', '2-1'등으로 인근 출구번호 뒤에 보조번호를 부여하도록 했다.
시내버스 번호에도 '길치 탈출'의 비밀이 숨어있다. 세자리 번호인 간선버스의 경우 맨 앞자리는 출발지, 두번째 자리는 회차 지점이나 도착지를 의미한다. 세번째 숫자는 해당 지역간 운행하는 노선 서열번호다.
1번은 도봉ㆍ노원ㆍ의정부권, 2번은 동대문ㆍ중랑, 3번은 강동ㆍ송파ㆍ하남권, 4번은 강남ㆍ서초ㆍ분당권, 5번은 동작ㆍ금천ㆍ안양권, 6번은 영등포ㆍ강서ㆍ부천권, 7번은 은평ㆍ서대문ㆍ일산권, 0번은 4대문 안 구도심을 의미한다.
간선버스 506번은 안양ㆍ금천ㆍ동작구 쪽에서 출발해 남대문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노선 가운데 일련번호 6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만약 강북 어느 곳이라도 맨 앞자리가 4로 시작되는 시내버스를 타게 된다면 한강을 건너 강남으로 가게 된다. 네자리 번호인 지선번스에도 이 같은 권역은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5623번 지선버스는 안양권에서 출발해 영등포와 강서구 일대를 휘감고 되돌아오는 일련번호 23의 버스다. 앞자리와 두번째 숫자 간 격차가 큰 지선버스는 그 만큼 노선이 길다는 뜻이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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