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박근혜 키즈'들의 내년 4월 총선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청와대 전ㆍ현직 참모와 국회의원 겸직 장관들이 주요 후보군이다. 다만 이들의 출마가 아직 봉합되지 않은 새누리당 내 공천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유력시되는 청와대 전ㆍ현직 참모와 장관은 줄잡아 20여명에 이른다. 특히 현직 장관의 경우 약 7명이 총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을 제외한 현 국무위원의 3분의 1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 중에선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지난 5일 나란히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또다시 수처작주(隨處作主), 파부침주(破釜沈舟)를 외친다"며 총선에 나선 민 전 대변인은 고향인 인천 연수와 함께 인천 중ㆍ동ㆍ옹진을 출마지로 고심하고 있다. 수처작주는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는 뜻이고, 파부침주는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의미다.
박 전 차장은 "세종에서 봉사를 했으면 한다"고 밝힌 상태다. 박 전 차장은 19대 총선 때 고향인 공주에서 출마했지만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패했다. 그가 세종에 출마할 경우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유재호 전 충남도교육청 감사관과의 '경찰대 선후배' 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이들보다 먼저 청와대를 나온 전광삼 전 춘추관장은 출신 고등학교가 위치한 대구 북갑에, 최상화 전 춘추관장은 고향인 경남 사천의 출마가 예상된다.
여성 참모들의 출마도 눈길을 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경우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13일 불출마 선언을 한 김회선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이 거론되고 있다. 김행 전 대변인 또한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서울 출마설이 꾸준히 나온다.
지난달 7일 현지 의원들을 제치고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수행해 '대구ㆍ경북(TK) 물갈이설'을 일으킨 안종범 경제수석,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은 불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들은 청와대에 남아 박근혜정부의 국정 과제를 완수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장관들 중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ㆍ유일호 국토교통부ㆍ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이 20대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상 90일 전(내년 1월14일)까지는 물러나야 하는 만큼 사퇴 시한은 4개월도 남지 않았다.
현 내각의 가장 선임인 최 부총리의 경우 적어도 오는 12월 예산안을 처리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관측된다. 역시 황 부총리의 경우도 현재 진행 중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정리하고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최 부총리(경북 경산ㆍ청도)와 황 부총리(인천 연수), 유기준 장관(부산 서)의 지역구는 선거구 획정에 따라 변동이 예상되는 곳이다. 분구가 예상되는 황 부총리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의 경우 민경욱 전 대변인과 민현주 의원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어 '당ㆍ정ㆍ청 대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부산 서구가 지역구인 유기준 장관의 경우 선거구 조정결과에 따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영도), 정의화 국회의장(중ㆍ동)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세 지역구 모두 인구가 부족하고 인접지역이라 적어도 한 남자는 눈물을 흘릴 공산이 크다.
부산 연제구 재선 의원인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내년 총선 출마 계획에 대해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다. 장관의 소임, 맡은 바 직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지난 7월 취임 1년을 맞아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 당연히 출마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정종섭 행정자치부ㆍ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내년 총선 출마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총선 승리' 건배사로 곤욕을 치른 정 장관은 고향인 경북 경주 또는 대구 출마가, 윤 장관은 고향인 경북 지역과 부산지역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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