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여야 농어촌 대표성 확보 방안 이견
선거구획정위, 구조적 한계에 자체안 마련 난항
여, '공천룰' 싸움 치열…야, 안팎으로 분열 양상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정치권의 눈과 귀가 내년 4월 20대 총선에 맞춰져 있지만 정작 선거구획정과 공천·총선룰 등은 오리무중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선거구획정이다. 과거보다 통폐합 대상이 늘면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여야는 법정시한(13일)을 닷새 앞두고도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가장 크게 맞서고 있는 건 농어촌 대표성 확보 방안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농어촌 지역구는 10개(호남 5개, 영남 3개, 강원 1개 등) 안팎이 감소하고 수도권 지역구가 늘어날 전망이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농어촌 지역구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 수를 현행(246석)보다 13∼14석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도 부정적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축소는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다. 대신 농어촌 의석 유지를 위해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획정위원회는 국회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자체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농어촌 대표성 확보를 위해 당초 10석 안팎이었던 감소 대상을 5석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논란을 줄이기 위해 선거구별 인구기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국회가 직접 선거구획정 작업을 하면서 불러왔던 과거의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 7월 독립기관으로 출범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도 제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선거구획정 기준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데다 여야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서다.
여야가 선거구획정 기준 마련에 물러서지 않는 건 총선 결과와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이, 새정치연합은 수도권 지역이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선거의 승패가 갈리는 만큼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선거구획정 결과에 따라 당내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예컨대 인구 하한을 밑도는 서울 중구는 성동 갑·을과 통합, 3개 지역구가 2개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은 정호준 의원(중구), 최재천 정책위의장(성북 갑), 홍익표 의원(성북 을) 등 모두 새정치연합 소속이다.
당내 공천룰 싸움 역시 치열하다. 총선에 나서기 위한 1차 관문인 내부의 적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안심번호'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공천룰 내분은 당내 공천특별기구 구성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계파 다툼으로 위원장 인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여권의 갈등 이면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 대표되는 친박과 비박의 공천 지분 다툼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결집력이 높은 친박은 당원비율을, 비박은 국민여론조사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권 하반기 정국 장악을 위한 친박과 대권을 준비 중인 김 대표 간 주도권 경쟁의 전초전인 셈이다. 김 대표 측에 섰던 대구·경북(TK)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설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텃밭인 호남에서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이 신당 창당을 진행 중이다. 야권 분열이 현실화하면서 표분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대 총선에선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 패했다. 또 당내 비주류는 혁신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되자 통합전당대회, 조기선거대책위원회 등을 주장하며 주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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