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AI 돼지빌딩' 도입 소식에
동물단체 "생명 경시의 극치" 반발
충남도가 돼지 수십만 마리를 아파트 같은 빌딩 안에서 키우는 ‘양돈빌딩’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고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중국 양돈기업과 손을 맞잡은 것을 두고 일부 동물 복지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최근 중국 양샹그룹 및 자회사인 수잉과학기술유한회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충남도는 스마트 축산단지 구축을 위해 최첨단 양돈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고 양돈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양샹그룹은 중국에서 250만마리 이상의 돼지를 사육하는 대형 기업으로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양돈빌딩’을 운영하고 있다. 이 양돈빌딩은 기존 농장의 10% 수준의 부지만으로 대규모 돼지 사육·도축·가공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을 통해 전염병이나 악취없이 대규모 사육이 가능한 ‘최첨단 미래형 돈사’로 도가 농업·농촌 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중점 추진중인 ‘스마트 축산복합단지’의 모델이 되고 있다.
김 지사는 “충남은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스마트 축산을 추진중”이라며 “소규모 농가를 집적·규모화하고 그 안에서 사육부터 육가공까지 원스톱으로 끝내고 분뇨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전기도 생산하는 ‘최첨단 축산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를 위해 “1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축산농가를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도내 축사시설 현대화를 도모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양샹그룹과 수잉과학기술유한회사의 노하우를 우리 도 양돈산업 발전에 접목시키겠다”고 밝혔다.
동물단체 동물권 훼선 반발 성명
그러자 일부 동물복지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동물단체 카라는 10일 논평을 통해 “돼지를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아 가둬 놓는 것은 생명 경시의 극치”라며 AI 돼지빌딩 정책의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카라 측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서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스마트 축산’이라 호도하며 돼지복지 훼손을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는 충남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사회는 돼지가 돼지답게 살 수 있는 농장을 원한다. 충남도의 AI 돼지빌딩 정책은 생명경시에 앞장서는 정책임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지금이라도 그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AI 돼지빌딩이 방역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카라 측은 “(충남도는)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을 전제로 더 많은 돼지를 더욱 밀집해서 키워도 전염병과 악취 없이 사육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첨단 시스템을 적용해도 좁은 공간에서 몇십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면 질병 감염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고 질병에 대한 통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뉴욕대 등 전문가 역시 이런 고도의 집약적 동물 사육 시설이 질병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돼지빌딩은 기존 농장의 10% 수준의 부지에서 노동 효율성을 10배 끌어올린다는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으며 어디에도 돼지의 복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콘크리트 바닥으로 이루어진 제한된 공간에서 돼지의 자연스러운 행동은 극도로 제약되고 그러한 좌절감으로 돼지의 면역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면서 “이런 환경 하에서는 항균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돼지 개체군에 항균제 내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발병 관리 차원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돼지가 도태된다는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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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vs. 동물복지…논란 지속될 듯
충남도가 추진하는 AI 돼지빌딩이 축산업의 혁신적인 모델이 될지 동물권을 외면한 공장식 축산의 또 다른 모습이 될지는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는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정책”이라며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동물단체의 반발이 거센 만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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