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주주 적격성'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 급부상했다. 출사표를 던진 카카오, 인터파크, KT 등 컨소시엄들은 이상 기류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선정 기준은 '혁신성'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주주 관련 악재가 이어지면 '주주 적격성'에 무게 중심이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해 예비인가 신청을 제출한 컨소시엄 3곳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자체 심사에서 사업자 지분구조와 주주 적격성 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주 적격성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심사해 논란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만약 일정 수준 이상을 충족하는 신청자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예비인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주주 적격성 부문에 현미경을 들이댄 것은 금융개혁의 대표주자로 기대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이 뚜껑을 열자마자 주주 적격성 문제로 뒷말을 낳고 있어서다. 카카오뱅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해외도박 루머가 불거졌고 KT가 주도하는 K뱅크(가칭) 컨소시엄은 배임ㆍ횡령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 사장이 대주주인 효성ITX와 노틸러스 효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의 I뱅크도 효성가의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가 주주로 참여했다.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면밀히 심사하지 않을 경우 자칫 그 부담을 당국이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은행법 개정 등 후속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평가 총점 1000점 가운데 사업계획부문에 가장 많은 700점을 배점했다. 특히 사업계획 부문 중에서도 혁신성 항목에 250점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뒀다. 새로운 금융서비스 모델을 제시하는 등 기존 관행을 혁신할 수 있는 곳을 뽑겠다는 의지에서다. 반면 은행주주로서의 적합성 항목엔 10%인 100점을 배점하고 개별 주주가 은행 건전성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심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당초 10%로 배정된 주주 적격성이 당락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국정감사에서 "인가 과정에서 지분율 구조 및 대주주적격성 등을 관계부처 법에 따라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컨소시엄들은 사태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카오측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KT와 인터파크도 주주 구성원으로 참여한 효성가의 검찰 조사가 대주주 적합성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당국이 심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까지 회자되고 있어 난감하다"며 "혹시라도 이같은 소문에 일반 주주에게 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이 면밀하게 적용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이 주주 적격성 및 사업자 지분구조 심사 등은 기본적으로 대주주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당초 계획보다 심사 과정이 더 길어져 다음달 중 마무리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