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건강기능식품 시장, 요샌 이것들이 대세라는데…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직장인 이모(45)씨의 책상 위에는 온갖 약통이 즐비하다. 종합비타민제는 기본이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과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프로바이오틱스 등 하루에 챙겨 먹는 건강기능식품만 대여섯 가지가 넘는다. 이 씨는 "따로 운동을 할 여유가 없어, 체력과 건강을 위해 몸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들은 되도록 챙겨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씨 외에도 가정의 식탁마다 건강기능식품 2∼3개쯤은 구비돼 있다. 부모는 잦은 야근과 술자리 스트레스로 고단한 몸을 위해, 아이들은 영양 보충과 성장을 위해 챙겨 먹는다. 건강기능식품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지는 것일까.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4조 원대로 추정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장 규모를 2조원 안쪽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각종 식품들까지 포함할 경우 2배 이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건강기능식품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자동판매기로 판매가 가능해지는 등 판매시설 기준이 완화되면서 건강식품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TV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 이용자의 급증으로 백화점이나 전문업체 방문 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 점도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건강기능식품의 대명사 '홍삼'= 홍삼은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녀들부터 부모님들까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이 홍삼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계층의 니즈를 만족해야 하는 선물시장에서 항상 선호하는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홍삼은 검증된 제품이라는 것도 홍삼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홍삼은 면역력개선, 피로회복, 기억력증진, 혈행개선, 항산화 등 다양한 효능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받았으며 국내외 연구자들이 다양한 신규 효능을 연구 중이다.
홍삼은 과거에는 뿌리삼이라고 불리는 원형 그대로의 홍삼 상태로 한약과 같이 달여먹는 것과 이것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보관과 섭취가 용이하도록 추출해 만든 추출액 상태의 제품이 주를 이뤘다. 이후 알약과 같은 타블릿, 홍삼을 분말형태로 만든 홍삼분, 원형으로 만든 환 등의 제품이 개발되면서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일반약과 같은 형태의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홍삼농축액과 다양한 식물성분을 함께 넣어 한약의 처방을 근거로 만든 액상의 토닉 제품들도 개발되면서 시중에 판매하는 홍삼 제품의 종류가 수 백 가지로 늘어나게 됐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더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홍삼 중에서 최고 등급의 천삼으로 만든 농축액 제품과 찬물에 녹는 홍삼, 스틱형 홍삼농축액, 중년 여성에게 좋은 홍삼, 청소년을 위한 홍삼, 어린이들이 먹는 홍삼 등 세대별 니즈에 맞게 다양한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요우커를 위한 간 보호 홍삼제품인 황간천과 녹용을 함유한 홍삼농축액인 천녹삼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제품과 함께 프리미엄 라인도 늘리고 있다.
이밖에도 홍삼을 이용한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는 홍삼카페, 홍삼으로 피부미용을 관
리하는 홍삼스파, 홍삼 오일등을 추출해 만든 홍삼화장품 등 먹는 홍삼에서 마시고, 바르고, 느끼는 홍삼으로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홍삼의 해외진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홍삼 수출이 가장 활발한 기업은 업계 1위 KGC인삼공사로 인삼공사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해외수출 비중은 10% 정도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과 매장에서 구매하는 수량과 해외로 직배송 되는 역직구 물량까지 합치면 해외 수출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인삼공사에서 가장 수출 비중이 높은 곳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화권으로 전체 수출 물량의 65% 정도를 차지하며 일본, 미국 순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성장성이 높은 곳은 미국이다. 미국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정관장 홍삼 매출이 300만달러 정도에 불과했으나 2010년 미국 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결과 지난해에는 1300만달러까지 확대됐다. 인삼공사는 미국 전역에 정관장 브랜드스토어를 35개 이상 운영하고 있으며 뉴욕 맨하튼에 체험형 홍삼카페를 오픈하고, 코스트코에 홍삼원을 입점시키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홍삼의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장 건강ㆍ면역력 강화 돕는 '프로바이오틱스'= 우리 몸속에서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균으로는 유산균이 가장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유산균 이외에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들이 연구되면서 큰 의미로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우리 몸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살아 있는 균을 뜻한다.
유산균과 같이 우리 몸에 이로운 박테리아, 효모균 등이 포함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시장은 연평균 7.6% 늘어나 총 5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생산액은 2011년 400억 원대에서 지난해 1500억 원대에 진입했다.
유산균 발효유 시장에서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민 대표 발효유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발효유에 관한 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프로바이오틱스 1등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5월 건강기능식품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브랜드 '바이오리브'를 론칭하며 장 건강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했다. 바이오리브 장건강 프로바이오틱스는 한국야쿠르트의 특허유산균과 임상으로 증명된 8종의 100억 프로바이오틱스 조합으로 서양인에 비해 1m가 더 긴 한국인의 장 체질에 맞춰 설계됐다.
특히 한국야쿠르트는 생균의 생존력을 끌어올리는데 가장 집중했다. 상온에서 유통ㆍ보관되면서 생균이 사멸되는 점을 고려해 제품에 제조일자를 표시하고 유통기한을 타사제품 대비 훨씬 짧은 6개월로 대폭 단축하며 최대 보증균수인 100억마리의 프로바이오틱스를 마지막 한포까지 보증한다.
바이오리브 장 건강 프로바이오틱스는 출시 이후 아이들의 장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월 5억원의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한국야쿠르트는 고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순차적으로 상품화할 예정이다.
엄마의 모유로부터 분리한 피부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HY7714'는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서 5년의 연구개발 끝에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다. 프로바이오틱스 HY7714는 오염된 외부 환경에 많이 노출되는 현대인들의 피부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으로 연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중앙연구소가 2000년도부터 연구한 김치에서 분리, 선발한 락토바실러스 커베터스 HY7601과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KY1032 2종의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는 중성지질 감소 효과를 인증받으며 최근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를 위해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지난해부터 프로바이오틱스 전담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2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다목적 프로바이오틱스 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분말형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12t, 액상농축유산균 8만400ℓ를 각각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종균 선발에서 제품 생산까지 원스톱 프로바이오틱스 통합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한국야쿠르트는 국내 최대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는 전문적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프로바이오틱스를 중심으로 생명공학에서부터 유전공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통해 한국형 고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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